서울대 성추행 피해 학생들 "10년간 20여명 상습적으로.."

2014. 11. 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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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비상대책위, 수리과학부 교수 '성추행 사례' 공개

"긴 세월 동안 수많은 학생한테 동일한 수법으로"

일부 학생, 검찰에 진술…"학교는 방관하고 있다"

'성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ㄱ교수가 지난 10년간 2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0일 ㄱ교수가 국제학술대회를 같이 준비하던 인턴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한겨레> 보도가 나간 뒤 서울대 재학생·졸업생 피해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인 '피해자 X(엑스)'를 꾸려 사례를 수집했다. 피해자 X는 "수학자인 ㄱ교수가 학생들을 하나의 변수로 여기고 동일한 수법으로 수많은 학생들에게 성범죄를 했다는데서 착안한 이름"이라고 비상대책위는 설명했다. 이들은 사흘간 확인된 피해자만 22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 엑스'는 26일 오전에 낸 보도자료에서 "학부, 대학원, 동아리에 이르기까지 ㄱ교수의 영향력이 닿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사건이 일어났다. 무려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 누구의 제재도 없이 지속되어 온 일이기에, 드러나지 않은 피해까지 더하면 총 피해자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상대책위 쪽에서 성추행 사례를 모집해보니 ㄱ교수의 성추행에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해서 문자로 대화가 몇 차례 오고가면 저녁 식사를 제안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비상대책위는 "ㄱ교수의 제안을 피해보려고 해도 이틀이나 사흘 뒤 일정까지 물으며 약속을 잡았고, 저녁 식사 자리에 나오면 마치 이성을 대하듯 행동했다. 식사에 술을 곁들여 먹이거나 2차로 자리를 옮긴 뒤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들은 ㄱ교수의 일방적인 연락을 무시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이 연락을 계속 무시하자 "교수인 자신이 학생을 먼저 예뻐하고 잘해줬는데, 무례하게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다니 기가 찬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ㄱ교수가 보냈다고 주장했다.

비상대책위는 교수와 학생 사이에 형성된 '갑을 관계'가 피해 학생들의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이들은 "취업에 반영되는 학점은 교수의 고유 권한이며, 만약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면 교수의 손에 평생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ㄱ교수에게 대항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담보로 걸어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고 했다. 비상대책위는 "그동안 피해자들이 침묵을 지켰지만, 이를 기사화해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켜준 언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현재 피해 학생들 중 일부는 검찰에서 피해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대책위는 "그런데도 학교 쪽이 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교내 성폭력 문제를 맡고 있다는 인권센터의 직권조사는 피해자의 실명 신고서를 요구하며, 위협을 느낀 피해자들이 신고서를 접수하지 못하자 손을 놓은 채 아무런 자체 조사도 진행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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