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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서울대 교수가 국제대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학생을 성희롱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책도 출간했던 그였기에 충격은 더 컸습니다. 그런데 보도가 나간 직후, 해당 교수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알고보니 이전부터 자신의 연구실이나 동아리에서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여러 차례 비슷한 일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한 기회에 비슷한 일이 서울의 다른 대학교에서도 벌어졌다는 사실을 듣게 됐습니다. 그런데 사건 내용을 알게 될수록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또래의 학생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요. 내용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분노를 느낌은 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한 가지 의문이 남았습니다. "해당 교수는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자신이 학생에게 그런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을까?"

▶ '스승'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

사실, 학교 다닐 때는 교수님들과 수업 외에 교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원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비리나 폐단을 수없이 들었음에도 이를 실감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부당한 일을 저지를 때마다 믿기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대학 생활에서 제게 교수는 어디까지나 '교수님'이었고 나아가 '선생님'이었기 때문이죠.

'선생님'이라는 이름에는 '스승'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학문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존경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지도자라는 뜻이지요. 사전을 찾아봐도 '선생'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인 반면 '스승'은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는 만큼, 당연히 교수는 자신의 제자에게 모범이 되고 존경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단순히 무언가를 댓가로 지식을 전달하는 기계적 존재, 평범한 계약 관계에서의 상대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 문제는 갑을 관계?

하지만 기사가 나가고 나서 저의 이러한 믿음은 다시 한 번 깨졌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다른 대학, 다른 연구실에서도 이러한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저것보다 훨씬 심한 일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라는 댓글을 수없이 볼 때마다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연구실에 속한 교수와 대학원생은 철저한 '갑을 관계'이기 때문에 저런 일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교수는 대학원생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저런 일을 거리낌없이 저지르는 것은 물론 피해 학생들은 이를 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갑을 관계에서 벌어지는 문제점들, 그것은 단순히 '갑'이기 때문에 '을'에게는 무슨 일을 해도 상관 없다는 논리에서 일어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사건의 교수가 자신의 행동이 문제가 되는 행동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갑'이니까 이 정도는 문제 없어"가 아니라 애초에 해당 행동이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사실이지요. 나의 행동으로 상대방이 어떤 감정을 갖게될 지, 어떠한 피해를 입을지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사실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해당 교수가 '갑'이라는 사실보다는 그가 남이 처한 상황과 입장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점이 더욱 무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존경하는 스승을 갖는다는 것은 학생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수 있습니다.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단순히 대학 재학 중에 맺어지는 일시적인 관계가 아니라 평생동안 이어질 수 있고 한 학생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취업난에 학문의 전당으로써 대학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하더라도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여전히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이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해당 교수에게 되묻겠습니다. "왜 스스로 '스승'이길 포기한 것인가요?" 정말로 모든 대학에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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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배기자 (newboat@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