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플러스] 매 맞는 텔레마케터, 그 후..계속되는 고통

박소연 2014. 11. 1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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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회적 약자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과연 우리 사회에 있는가. JTBC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 관계의 문제를 심층 취재해 연속 보도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18일)은 저희들이 지난 2월 고발했던 "매 맞는 텔레마케터" 문제 그 후를 다시 짚어봤습니다. 당시 상사에게 충격적인 폭행을 당했던 텔레마케터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수사기관의 높은 문턱 앞에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들의 고통을 박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종로의 한 사무실입니다.

전화로 주간지 구독 영업을 하는 업체입니다.

담당 팀장이 들어옵니다.

급하게 우산을 찾습니다.

[김모 팀장 : 우산 가져와. 우산. 빨리 우산 없어? 빨리 우산 찾아.]

우산을 받자 갑자기 여직원들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얼굴과 머리, 인정사정 없습니다.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모 팀장 : 팀 매출이 0이라는 게 너무 화가 나는 거야.]

우산이 펴져 찔릴 듯 합니다.

하지만 폭행은 계속됩니다.

[김모 팀장 : 둘이 6시 반까지 주문해. 빨리 시작해. 팀 매출.]

매출이 떨어지자 폭행 강도는 더 심해집니다.

[김모 팀장 : 똑바로 서!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온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매를 맞고, 더 맞지 않으려면 실적을 갖고 오라고 내몹니다.

[김모 팀장 : 빨리 주문해. 한 시간 안으로. 맞을래?]

눈물을 닦으며 여직원은 또 수화기를 듭니다.

동료들이 벌을 서는 동안에도 전화영업은 이어졌습니다.

[박모 씨/텔레마케터 : 3800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잖아요. 워낙 저렴하니까. 부담 없이 보라고 권해 드리는 거예요.]

JTBC는 지난 2월 비인간적인 폭행이 벌어지고 있는 전화영업 업체의 내부 영상을 보도했습니다.

충격적인 장면에 시청자들의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결국 폭력을 휘두른 담당 팀장이 회사를 떠났고 회사 간부도 사직했습니다.

사건은 해결된 걸까.

취재진이 직원들을 다시 만나봤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뜻밖의 얘기를 꺼냈습니다.

폭행을 심하게 당해 신고했는데 제대로 조사가 안 되고 있다는 겁니다.

[박모 씨/텔레마케터 : 가해자한테만 피해받는 게 아니라 법적인 절차로 피해 보는 느낌이 힘듭니다.]

이들이 고소한 건 지난해 8월, 벌써 1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담당 검사만 네 번이 바뀌었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빨리 처벌해달라고 몇 번을 얘기해도 기다리라는 말뿐입니다.

[권모 씨/텔레마케터 : 저희 사건이 1년이나 됐는데요. 이렇게 말했는데요. 그런 사건이 한두 개가 아니다.]

수사기관의 성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넉 달 전, 대질 심문까지 끝냈지만 다시 담당 검사가 바꼈다며 문자 한 통 받은 게 전부입니다.

[박모 씨/텔레마케터 : 처리 언제 되느냐고. 될 거라고. 급한 거니까 될 거라고. 그리고 토요일에 문자로 검사 바뀌었다고 통보 왔습니다.]

그때마다 이들은 악몽같은 기억을 또다시 떠올리며 검사실 문을 두드려야 했습니다.

[자연의 봄은 어김없이 오지만 인생의 봄은 만들어야 온다.]

[박모 씨/텔레마케터 : 저희는 또다시 그 검사를 이해시켜야 하고 또다시 피 토할 것 같은 그 심정을 이야기해야 하는 거냐고.]

수사를 받을 때마다 수치심과 모멸감은 똑같이 반복됐습니다.

[권모씨/텔레마케터 :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6개월 동안 때리는 영상을 만들어요? 일부러 맞으려고 일부러?]

직원들을 폭행했던 팀장은 오히려 이들이 실적을 부풀렸다며 고발까지 했습니다.

여직원들은 참다 못해 할 말을 잃었다고 말합니다.

[박모 씨/텔레마케터 : 잘못한 사람 처벌해주는 그건 국가에서 해준다고 했는데 무조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힘들고. 다시 가해자가 피해를 주는 상황이 생기는 것만큼은 솔직히 막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수년 동안 이어졌던 가혹행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마지막 용기를 내 사무실을 박차고 나온 이들, 보상도 아닌,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판결을 받는 것마저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박모 씨/텔레마케터 : 고통받은 십년을 회복할 수 없겠지만 그나마 위로가 되는 최소한의 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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