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분신 경비원 노제.."비인격 대우에 한 맺혀"(종합)
민주노총 "비정규직 철폐 위해 끝까지 투쟁"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채새롬 기자 = "우리가 명의에요. 출근할 때 쓸개를 빼놨다가 퇴근할 때 다시 넣는 생활을 매일 반복합니다."
입주민들의 비인격적인 대우에 격분해 분신한 경비원 고(故) 이만수(53)씨의 노제가 11일 오전 그의 생전 직장이었던 서울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에서 열렸다.
이씨는 지난달 7일 오전 9시 30분께 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인화물질을 자신의 몸에 뿌린 뒤 불을 붙여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7일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동료 경비원들은 입을 모아 극단적인 선택으로 고통 속에 숨진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일부 입주민들의 비인격적인 대우 때문에 가슴에 한이 맺혔다고 토로했다.
경비원 김모(61)씨는 "입주민들은 우리에게 반상회비 5만원과 명절 떡값을 주니까 마음대로 잡일을 시켜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가장으로 일을 지키기 위해 어떤 모멸감을 느껴도 입주민들을 웃는 낯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제를 진행한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설움이 이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직무대행은 추도사에서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1970년과 아파트 경비원이 분신한 2014년 노동자들의 모습은 여전히 같다"며 "900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월 145만원에 불과하지만 가진 자들의 모습은 마치 중세 봉건시대 영주와 같다"고 말했다.
앞서 오전 8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서는 유족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인의 발인이 엄수됐다.
영결식은 오전 9시 중구 대한문에서 열렸다. 유족을 포함해 300명의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들은 '경비노동자 처우 개선', '경비노동자 휴식시간 보장', '노동인권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고인의 큰아들 이성찬씨는 "그동안 도와줘서 감사하다. (민주노총이) 억울한 노동자들을 위해 앞으로도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인준 현장대책위 대표는 "우리도 가정이 있고 누군가의 부모이자 손주가 있는 할아버지인데 이렇게 비참하게 죽을 수는 없다"며 "국민들,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이 우리를 조금만 더 따뜻하게 대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유족 측은 입주자 대표의 사과, 위로금 지급, 재발방지 대책 마련, 65세로 경비원 정년 환원 등을 아파트 관리업체에 요구했으나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으로부터 협상 권한을 위임받은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장례식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사측이 산재신청 승인 결과와 상관없이 향후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을 요구해 교섭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wise@yna.co.kr,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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