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4대강 물고기길, 친환경은 커녕 이용 실적 '0'

이대완 2014. 11. 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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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보 그거 다 뿌사뿌라…"

낙동강 어촌계 한 어민이 기자를 보자마자 건넨 말입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부터 낙동강에서 물질하는 게 가업이었다는 어민 분은 4대강 사업 이후 어획량이 1/10로 줄었답니다. 돈이 좀 된다는 붕어와 잉어는 줄어든 것까지 참겠다고 했습니다.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는 회귀성인 어종 숭어와 특산품 웅어 등은 아예 잡히지 않는다는 게 어르신이 역정을 내는 이유였습니다.

진짜 그럴까요? 취재진은 이 어르신을 꼬드겨(?) 낙동강 하류에 있는 창녕함안보 상류와 하류 500m 지점에 어망을 하루 동안 쳐보기로 했습니다. 하루 뒤, 하류에는 웅어와 숭어 등 회귀성 물고기들이 그물코에 걸려있었지만, 낚시꾼 사이에는 '숭어 명당'이라고 불리던 상류 지점에서는 실제로 단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 친환경 어도(魚道) 건설한다더니…

말 많고 탈 많던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가장 비판을 받는 것은 역시 댐을 연상시킬 만큼 거대한 보 설치입니다. 16개에 달하는 보가 전국 4대강 물길을 막으면 수질 악화는 물론 생태계 단절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의 핵심이었습니다.

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당시 국토해양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친환경 물고기길, 어도(魚道) 건설을 약속했습니다.(2009년 8월26일) 어도 하나당 적게는 3억 원에서 많게는 3, 4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도 계단의 낙차를 줄이고 전체 경사를 1/20 이하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유속을 줄여 몸집이 작은 어류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친환경적으로 만들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 준공 이듬해부터 '삐걱'…무용지물 물고기길

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어도는 준공 이듬해부터 삐걱거렸습니다. 낙동강 상류에 있는 낙단보부터 합천창녕보를 지난 하류에 있는 창녕함안보까지 어도에 물이 흐르지 않았습니다. 보에 물을 다 채우지 못해서 어도에 흘려보낼 물이 없다는 것이 수자원 공사의 변이었는데요, '물고기가 헤엄쳐야 할 어도에 물이 없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 바로가기 <뉴스광장> 낙동강 보 '물고기 길' 제 역할 못 해 (2012.02.11)

보강 공사와 운영 재정비를 통해 어도에는 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걸까요? 어도에 흐르는 물의 속력, 즉 유속을 직접 측정해봤습니다. 유속은 초당 1.2에서 1.4m로 우리나라 하천에 서식하는 물고기가 거슬러 오르기에는 2배에서 3배 빨랐습니다. 어도 내 계단의 낙차 폭도 커 어도 전체에서 기포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생태 전문가에게 자문해봤더니, 이런 기포는 소형 어류의 시야를 가려 어도 이용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가 된답니다.

실제로 지난해 환경부가 실시한 어도 이용 조사 보고서를 입수했는데, 합천창녕보의 좌측 어도 경우, 강을 거슬러 올라간 어류가 단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고기들이 어도 밑에 몰려있지 어도를 거슬러 오르지 못한다며 자세히 명시돼있습니다. 해당 보는 지난해 환경부 지적에 한 차례 보수 공사를 했는데도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맞은 편에 있는 어도는 준공 당시부터 수차례 고장이 나 방치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합천창녕보만이 아닙니다. 올해 초 4대강 어도를 조사한 국무총리실 산하 낙동강 살리기 조사 위원회에서 어도 8곳 가운데 6곳이 무용지물이라고 밝혔습니다.

■ 콘크리트 구조물이 친환경 어도라니…

친환경적으로 건설하겠다고 정부가 밝힌 4대강 어도 23개 가운데 대부분이 콘크리트 구조물입니다. 전국에 수없이 많은 어도 가운데 4대강에 설치된 어도가 그나마 친환경이라는 평가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런 콘크리트 어도는 일본이나 독일처럼 환경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구조가 단순하다 보니 설치가 수월했지만, 유속을 줄이거나 기포를 제어하기 힘들고, 콘크리트의 물리적 특성상 여름철 어도 속 수온이 너무 쉽게 올라간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돌 설치형 자연형 어도가 요즘의 선진국 추세이니 정부가 국민을 속여도 너무 속였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강경한 발언까지 있었습니다.

'강은 흘러야 한다.'

간단하고 명료해 보이는 명제인데도 우리나라에는 이제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생태계 단절이라는 부작용은 당연한 일일까요. 4대강 보 설계부터 운용 책임이 있는 수자원 공사는 취재진이 물어보기 전까지 어도 이용 실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긴 이런 식의 경험은 이전 4대강 관련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다 보니 새롭지도 않습니다.

☞ 바로가기 <뉴스9> 제 기능 못 하는 '4대강 물고기 길'…왜? (2014.11.02)

이대완기자 (bigbow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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