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 '가족의 변화' 편의점가면 보여요.. '특별 관리' 받는 싱글족
네 집 가운데 한 집은 혼자 사는 '1인 가구' 시대다. 결혼이 싫은 '골드미스', 결혼 생활을 접은 '돌싱'(돌아온 싱글), 황혼 이혼으로 갈라선 장년층에다 독거노인까지. 1인 가구의 증가는 식품·음료 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김밥과 도시락, 수십 가지 즉석식품을 갖추고 매일 종류별로 '1+1' 행사를 하는 편의점은 실적 부진에 신음하는 유통업계에서 '나 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어디서든 고개만 돌리면 눈에 들어오는 편의점의 팽창 배경엔 '가족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3년 전 취업해 서울로 올라온 뒤 줄곧 혼자 살고 있는 최인우(29)씨. 5일 오전 7시30분 출근길에 오른 그는 지하철 구로역 앞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음료수를 샀다. 거의 매일 하는 삼각김밥 '1+1' 행사 덕에 '참치 마요'(마요네즈)와 '김치볶음밥' 맛의 두 가지를 고를 수 있었다. 퇴근길에는 같은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와 냉동만두를 하나 사갈 요량이다. 최씨는 "집에선 잠만 자기 때문에 아예 밥솥도 없다"며 "주말에는 편의점에서 이틀치 도시락을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둔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 쇼핑객이 주로 찾는 대형마트는 최씨 같은 1인 가구엔 너무 '먼' 곳이다. 최씨도 처음엔 대형마트를 이용했다. 음식을 잔뜩 샀다가 냉장고에서 썩히는 경우가 잦아 발길을 끊었다. 많이 사야 싼 곳이어서 불필요한 낭비를 하기 쉽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사는 게 더 경제적이다. 편의점은 1년 내내 다양한 '1+1' 행사를 해서 잘만 활용하면 마트보다 싸게 살 수도 있다고 했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가까운 거리, 소량 판매, 간편한 쇼핑이 자리 잡으면서 편의점 업계는 최씨 같은 싱글족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찬바람만 부는 유통업계에서 편의점만 연간 5∼10%대 성장세를 보이는 게 이들 덕분이어서다. 1인 가구가 많이 사는 '독신 상권'을 찾아내 그 지역 매장을 집중 관리하기도 한다.
편의점마다 진열대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도시락, 찌개류 등 조리식품과 만두, 떡볶이, 소량 반찬 등 전자레인지로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가정 간편식을 놓기 시작했다. 즉석밥이나 라면 같은 즉석식품도 메인 코너에 종류별로 진출했다. 식사대용 상품으로 100g 안팎의 소량 식품은 자체 브랜드까지 만들어 'PB 상품'으로도 출시하고 있다.
이처럼 요즘 편의점 매출을 주도하는 상품은 간편식이다. CU는 도시락·덮밥류 매출이 전년 대비 43.4%, 즉석면과 즉석밥은 각각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GS25는 간편식 매출이 무려 77.2%나 늘었다. 도시락과 주먹밥은 각각 42.1%, 34.1% 증가했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1인 가구가 몰려 있는 상권을 아예 '독신 상권'으로 지정·관리한다. 독신 상권에 있는 점포는 싱글족의 구매 특성에 맞춰 상품 진열 등을 달리 한다. 미반식품(김밥·도시락 등 밥이 들어간 제품)과 조리빵, 음료 등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렇게 관리하는 독신 상권 점포는 서울에 25개, 전국에 390여개나 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2ℓ 생수나 라면 등 1인 가구 손님이 찾는 물건을 눈높이 위치에 배치하고, 심리적 특성을 고려해 점포 근무자에게 따로 교육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1990년 9.0%에 불과했지만 2000년 15.5%, 2010년 23.9%, 2012년 25% 등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편의점협회 오경석 홍보기획팀장은 "편의점 점포당 고객 수는 약간 줄었지만 1인당 구매금액은 상승했다. 1인 가구가 주요 고객으로 편입이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 팀장은 "가까운 곳에서 소량으로, 그리고 자주 물건을 구매하는 '근거리·소량' 쇼핑 문화를 선호하는 1인 가구의 특성이 편의점 상품들을 바꿨다"며 "매일 반찬이 바뀌는 요일 도시락, 국물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한 국물 도시락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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