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 주택 15채나 갖고도.. 생활고 일가족 숨진채 발견

2014. 11. 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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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돈이 없어 마이너스 인생".. "아빠, 엄마랑 먼저 갔다고 슬퍼마"
안방서 부인과 13세 딸 유서 발견.. 50대 가장, 가족 죽음후 뒤따른듯
직장 동료들 "수년전 경매로 낙찰.. 평소 은행 빚 많아 어렵다 하소연"

[동아일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수도권 일대에 다세대주택을 15채나 갖고 있음에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50대 가장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3일 인천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50분경 인천 남구의 한 다세대주택 안방에서 이모 씨(51)와 부인(45), 중학교 1학년생인 딸(13)이 나란히 누운 채 숨져 있는 것을 이 양의 담임교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담임교사는 경찰 조사에서 "이 양이 이틀간 등교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아 집을 방문했는데 인기척이 없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안방에선 타다 남은 연탄과 이 씨 부인과 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서 5장이 발견됐다. 이 씨의 부인은 '언제나 돈이 없어 마이너스 통장을 쓰며 살다 끝내 마이너스 인생으로 가는구나. 점점 마이너스는 늘고 보험대출은 다 차고 나락으로 떨어져 추한 꼴 보기 전에 가련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딸은 아빠에게 '나랑 엄마랑 먼저 갔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고, 미안해하지 마'라는 부탁과 함께 담임교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놓았다. 경찰은 이 씨의 부인과 딸이 먼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뒤늦게 이를 확인한 이 씨도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지난해부터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한 폐기물업체에서 일하던 이 씨는 수년 전에 경매에서 다세대주택 등을 낙찰받아 부부 명의로 된 부동산 15채를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가족이 살던 방 2개가 딸린 50m²(약 15평) 규모의 낡은 다세대주택은 이 씨 부인의 명의로 돼 있었다.

경찰은 이 씨가 평소 "은행에 진 빚이 많아 생활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는 직장 동료들의 진술과 부인의 유서 등으로 미뤄 생활고를 비관해 가족이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이들 모두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조사됐고 타살 의혹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 씨 부부의 구체적인 재산과 부채 현황 등을 파악해줄 것을 금융당국에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윤정혜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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