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 관광 갔더니 20만원 녹용 판매..관광 미끼 조심
[이브닝뉴스]
◀ 앵커 ▶
이런 건강기능식품 관련 사기 사건의 피해자는 노인이 많은데요,
특히 공짜 관광을 미끼로 노인들을 속여 물건을 파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지나치게 저렴한 관광상품의 경우, 이런 부분도 의심해 봐야겠습니다.
보도 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노인상대 엉터리 공짜 관광 기승]
고속도로를 달려 버스가 도착한 곳은 충남의 한 서커스 행사장.
화려한 서커스가 펼쳐지고, 객석에선 연신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이어지는 식사까지, 노인들이 지불한 비용은 1인당 5천 원.
하지만 얄팍한 상술이었습니다.
노인들은 단체로 홍삼업체 홍보관으로 안내되고, 녹용판매업체에서는 20만 원대 제품을 사들고 버스에 오릅니다.
유명 제약회사 간판을 내건 업체에서는 당뇨와 고혈압에 효과가 있다며 수십만 원짜리 건강식품을 판매합니다.
하지만 해당업체는 지난해 8월 폐업 신고된 곳으로, 영업 자체가 불법입니다.
◀ 서커스 무료 관광 노인 ▶
"(무료 관광했으니 팔아달라) 그렇게는 하죠. 하나 팔아달라고, 먹고살아야 하니까."
[육영수 생가 관광 미끼로 '약장사' 기승]
오전 8시, 서울의 지하철역 앞에서 노인들이 한 여성의 안내로 버스에 오릅니다.
단돈 1만 원에 육영수 여사 생가를 둘러보고 한우 고기 점심을 먹는다는 말에 따라나선 겁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근처의 사슴 농장.
창문 하나 없는 방으로 안내하더니.
◀ 사슴농장 관계자 ▶
"녹용즙 석 잔 드시고 가셔야 됩니다.오늘 밤 늦둥이 하나씩 다 낳아요."
한의사처럼 진맥하고 처방까지 내립니다.
◀ 농장 관계자 ▶
"그건 뼈가 아픈 게 아니에요. 사모님은 녹용을 상대(끝부분)로 드셔야 돼요."
이곳에선 1시간 반을 머뭅니다.
이어서 10여 분만에 식사를 끝내고, 다시 홍삼 판매장과 치매 예방약을 판다는 회사로 향합니다.
◀ 관광객 ▶
"안 사면 그만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여린지 사게 되고. 약 200(만 원) 가까이 사는 거죠."
[천하장사 낀 노인사기단 적발]
강사들이 나서 현란한 말솜씨로 만병통치약이라며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합니다.
"이거 3개월 먹고 간경화 치료했어!"
경찰에 붙잡힌 6개 조직 70명은 공짜 관광을 미끼로 노인들을 판매장으로 유인한 뒤 5천여 명에게 19억 원 상당의 건강기능식품을 팔았습니다.
원가 2만 2천 원짜리를 최고 15배까지 부풀리는 바가지를 씌웠습니다.
80년대 씨름판의 신사로 불렸던 천하장사 출신 55살 이 모 씨는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고용돼 망설이는 노인들의 구매를 부추기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 앵커 ▶
현장에서 상품에 대한 이런 현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보면 깜박 넘어가게 된다는 분 의외로 많습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어르신들이 상술에 속아 물건을 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유선경 아나운서, 이런 피해를 본 어르신들, 실제로 얼마나 있는 건가요?
◀ 유선경 아나운서 ▶
네,실제로 많습니다.
작년에 서울시가 경로당 50곳에서 어르신 5백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었는데요,
응답자의 25%가 상술에 속아 제품을 구입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주로 어떤 제품을 구입했는지 물어봤더니, 건강기능식품이 78%로 가장 많았고요, 의료보조기구가 그 다음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상조, 건강 보험상품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노인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한 제품이죠.
노인들의 쌈짓돈을 노린 이들 업체로부터, 사기당한 금액을 살펴봤더니, 100만 원 미만이 75%로 가장 많았습니다.
어르신들에게는 적지 않은 돈입니다.
어떻게 피해를 당했는지, 제품 구입 경로를 물어봤더니, 관광이나 사우나, 공장 견학을 공짜로 시켜준 뒤 상품 구입을 강요하는 '무료 관광을 통한 상품구입' 형태가 절반을 넘어, 가장 많았습니다.
노인들을 울리는 이른바 '건강식품 떴다방'에 대해 경찰이 작년에 특별 단속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6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135건이 적발됐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일반 건강식품을 고혈압이나 당뇨 등 질병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속여 총 2천70억 원어치를 판매해 평균 7.5배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렇게 피해를 입고도 어르신들은 자녀들 눈치가 보여 끙끙 앓기만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선경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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