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순번제'에 우는 간호사들..중절 수술까지 강요

이희정 2014. 10. 2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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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사회 갑을관계, 정확히 말하면 갑의 횡포죠.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병원 측이 간호사들에게 임신 시기까지 정해주는 '임신 순번제'를 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병원 운영이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는 이같은 횡포에 간호사들의 말 못할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가진 간호사 이모 씨는 축하는커녕 병원의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이모 씨/간호사 : 지금은 (임신) 안된다. 누구 다음에 해야 한다. 대체 인력이 안되니까.]

아예 임신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모 씨/간호사 : 요새는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해요. 차라리 눈치 안보겠다. (임신을) 포기하겠다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서울의 또다른 병원에서는 한 달 새 간호사 4명이 임신을 하자 비상이 걸렸습니다.

"네 순서가 맞냐. 굳이 이번에 낳아야 하냐"며 부서장이 질책을 하고, 심지어 중절 수술까지 강요했습니다.

[김 모씨/간호사 : 임신해도 안 한 것처럼 속이거나 중절 수술도 한다고. 마음대로 임신도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죠.]

순서를 정해 임신 시기를 조절하도록 하는 임신 순번제까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조사 결과, 간호사 5명 중 1명이 임신 순번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신한 간호사 중 22%는 야근을 했고, 유산한 경우도 18%나 됐습니다.

[유은정/전국보건의료노조 정책 부장 : 대체 인력 없어서 임산부가 할 수 없이 야근 근로를 해야 하고, (임신시) '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할 수가 없는 상황이죠.]

임신부 간호사들이 병원 횡포 앞에 보호는 커녕 최소한의 대우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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