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야심작 '공중 정원' 순항할까

김정환 2014. 10. 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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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시재생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야심차게 추진을 시작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거센 반대에 부딪쳐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 사업은 지난 1970년 개통된 이후 지금까지 마포, 남영, 중림동 등 서울 서부 지역과 남대문시장이 위치한 회현동, 퇴계로 등 도심을 잇는 폭 8.4m, 총연장 914.5m, 높이 17m의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한국의 '하이라인 파크' 만든다?

박 시장은 지난 6·4지방선거 당시 서울역 공원화를 공약했으며, 이어 지난 9월23일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Highline Park)'를 시찰하는 자리에서 "서울역 고가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안전, 편의, 경관을 고려한 녹지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혀 이를 본격화 했다.

서울역 고가는 오세훈 시장 시절이던 지난 2008년 안전성 검사 용역에서 D등급을 받았다. 서울시는 2009년 서울역 고가를 철거하고 대체 고가를 놓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비용 문제로 철거를 2015년까지 미루고, 버스와 대형 화물차량의 통행을 제한했다. 박 시장 역시 지난 6월28일 열린 제247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도 서울역 고가 철거를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시장이 공원화를 들고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서울시도 분주해졌다. 박 시장의 말이 떨어지고 20일도 채 안된 10월12일 정오부터 4시간 동안 '서울역 고가 시민 개방 행사'를 열었다. 개통 이후 무려 44년간 차량에만 통행이 허용되던 이 고가도로를 시민들이 직접 밟아보게 함으로써 공원화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시민 2300명(서울시 추산)이 공원으로 깜짝 변신한 고가도로를 찾아 색다른 가을 도심 풍경을 만끽하며 공원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행사는 공원화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표출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회현, 중림동 주민 등으로 이뤄진 '서울역 고가 그린웨이 조성 반대 추진위원회'는 한쪽에서 집회를 열고 공원화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의견수렴 없이 강행" 비난

이들은 서울역 고가 공원화가 남대문지역 상권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예산 380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강행하려고 한다고 박 시장과 서울시를 맹비난했다.

그간 이들의 목소리는 서울역 고가에 부착된 플래카드나 공원화 계획을 알리는 뉴스 보도를 통해 1~2단락 소개되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날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반대 이유는 명확하다. '교통 문제'다. 매일 이 고가도로를 이용하고 있는 하루 5만 대에 달하는 교통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묻고 있다.

실제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이 서울 중구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서울역고가 교통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9월23일(화)과 25일(목) 고가 양방향 차량통행량을 조사한 결과 출근시간대인 오전 7~9시 총 4959대가, 퇴근시간대인 오후 5~7시에는 5030대가 각각 오갔다. 특히 차량통행량이 많은 오후 6~7시 회현동에서 중림동 방향으로 진행한 차량 1896대 중 고가도로 이용 차량은 무려 82.1%(1556대)에 달했다.

윤 의원은 "뉴욕 하이라인 파크는 폐철로를 활용한 사업으로 통행량이 많은 서울역 고가도로와 다르다"며 "이 고가도로는 회현동과 중림동을 잇는 통로일 뿐 아니라 용산과 공덕 등 인근 지역의 보조간선도로 역할까지 하는 만큼 대체도로 등의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간 서울 시내 고가도로가 철거된 자리에는 대체 차로가 만들어졌다. 논스톱으로 오가는 고가도로만큼은 아니지만, 기존 교통량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역 고가가 공원으로 남을 경우 교각으로 인해 대체 차로 설치가 불가능하다. 결국 현재 고가도로로 연결된 회현동과 중림동을 차량이 오가기 위해서는 남대문로, 세종대로, 염천교, 용산고교 앞 등으로 우회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경우 도심 교통대란이 불 보듯 뻔하다.

◇주변 상인들, 생존권 외치며 반대

공원화 반대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서울 남대문 시장 상인들은 이를 생존권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2009년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의 버스 통행을 막는 대신 조속한 시일 내에 대체 고가를 놓아 버스 노선을 부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지난 5년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버스는 이 구간을 여전히 다니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 서부 지역 주민들은 남대문 시장을 찾기 위해서는 빙빙 돌아서 오든가 아예 오지 않게 됐다.

남대문시장 상인회 김재룡 회장은 "서울역 고가의 버스 통행이 금지된 이후 상권이 침체됐다. 그 단적인 예가 30~50%에 달하는 시장 상점 공실율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가도로가 공원화할 경우 그나마 오가는 승용차, 화물차는 물론 심지어 오토바이까지 멀리서 돌아와야 해서 불편은 가중되고 상권은 더욱 침체할 것이다"면서 "우리 시장에 화훼상점이 150여 개다. 이들이 주문 받은 화환을 어떻게 적시에 배달할 수 있겠는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서울역 고가를 건설하는 데 1969년부터 1970년까지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현재의 토목 기술이면 더욱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쉬운 방법을 두고 많은 돈을 들여서 엉뚱한 일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더 큰 불만은 박 시장의 소통 부재다. 상인회 이민호 총괄본부장은 "박 시장이 지방선거 공약으로 공원화를 내걸었다는데 들었다는 사람이 어떻게 한 명도 없느냐"며 "박 시장은 물론 서울시 관계자들도 공원화 발표에 앞서 우리와 한 번도 이야기를 한 적 없다. 일방적으로 공원화를 선포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고 말했다.

◇지상 17m 위 고가공원, 성공할까

고가공원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하이라인 파크가 설치된 하이라인 철로는 1934년 지상의 차량 정체를 피하면서 시내 건물들에 들어선 공장들에 화물을 편리하게 수송할 목적으로 건물들 옆으로 바로 인접하게 설치 개통됐다. 거리는 2㎞에 달하지만 조금만 걸어가면 건물들이 나오고, 또 나온다. 고가공원과 주변 건물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늦봄부터 한여름 초가을까지 뜨거운 태양이 작열할 때 건물들이 그늘막 구실을 해줄 수 있고, 한겨울 찬바람을 막아줄 수도 있다. 높이도 2~3층 높이인 지상 9m 에 불과해 접근성이 쉽다.

반면 서울역 고가는 높이가 서울역 보다 높은데다 중림동에서 서울역을 지나 서울스퀘어 빌딩에 이르는 800m 구간의 주변에는 아예 건물도 없다. 뻥 뚫려서 전망은 좋을지 모르지만 햇볕을 피할 곳도, 찬바람을 막아줄 곳도 없다. 10월12일 고가 위를 걸어본 주부 김모(38·염리동)씨는 "가을 햇볕이 뜨거워서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게다가 고가공원에 오르기 위해서는 중림동이나 회현동의 고가도로에서부터 각각 출발해야 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또 고가공원을 이용해 중림동에서 회현동으로 오는 데는 남대문시장이라는 뚜렷한 목표물이 있지만, 반대의 경우 중림동, 남영동 지역이 모두 주택가인 만큼 큰 목표물이 없다. 서부역이 있긴 하지만 굳이 고가도로를 걷지 않고도 갈 수 있는 곳이다.

◇'박 시장 친정'에서도 반대 목소리

현재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남대문 시장 상인들과 주민들 외에도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 등 새누리당 인사들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는 박 시장의 '친정'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것은 '소통' 문제다.

서울시의회 전철수 환경수자원위원장은 "아무리 시민을 위한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시민과 충분한 교감없이 추진된다면 신뢰를 얻기 힘들다"면서 "소통과 참여를 중시하는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를 충분한 재검토 없이 추진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서울역 고가는 안전 D등급을 받았던 문제 교량이다"면서 "세월호 참사, 판교 참사, 성수대교 붕괴 20주년 등 최근 안전문제가 화두가 되는 이 시점에서 안전문제가 지적됐던 서울역 고가를 상판 교체로 공원화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확고히 하기 위한 더욱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의구심을 풀어주지 못한다는 것 또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에 대해 "부족했던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설명회 등을 수시로 열겠다"고 밝혔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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