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한 속도 70km 도로서 128km로 질주.. 일요일 아침 강남 한복판서 사망 사고 알고 보니 국정원

나성원 기자 2014. 10. 25.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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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우웅∼."

지난 3월 30일 조용했던 일요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밤고개로에 A씨(51)의 렉스턴 차량 엔진 굉음이 울려 펴졌다. 그는 세곡사거리에서 수서역 방면으로 주행하며 시속 128㎞로 차를 몰았다. 편도 3차로인 이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70㎞. 이를 58㎞나 넘겨 달린 그는 국가정보원에서 27년간 근무한 베테랑 요원이었다.

과도한 질주는 사고를 불렀다. A씨는 신호를 무시하고 1차로를 질주하다 3차로에서 1차로로 이동하던 이모(46·여)씨의 모닝 차량 운전석 쪽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씨는 곧바로 병원에 실려 갔지만 숨을 거뒀다. 한 목격자는 "일반도로에서 왜 저렇게 과속을 하는지 의아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경찰 조사 당시 국정원 직원임을 밝히지 않은 채 유족과 합의했다. 원장의 허가 없이 신분을 노출할 수 없는 국정원법 때문이었다. 그는 이후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 신분을 공개하며 밤샘 야근 후 퇴근하는 길이었다고 진술했다. 사고 지점은 국정원에서 차로 10분 거리였다. 그는 "고3 아들의 학원 시간 때문에 빨리 가려다 그랬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 상태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7월부터 시행한 교통 사망사고 엄단 방침에 따라 A씨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월 교통 사망사고 근절을 위해 신호 위반, 제한속도 20㎞ 초과 등의 과실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구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교통사고 엄단 방침에 따른 제1호 구속자가 마침 국정원 직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은희 부장판사는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58㎞나 과속하다 사망사고를 낸 죄가 무겁다"면서도 "유족과 합의했고 잘못을 반성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금고형이 확정되면 A씨는 국정원에서 당연 퇴직하고 연금도 감액된다. 교통사고 전담재판부를 맡았던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서울시내 일반도로에서 시속 130㎞ 가까이 밟다가 사고 낸 케이스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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