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개혁 모범 꼽은 독일 공무원연금 실상은?

2014. 10. 1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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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가가 공무원 퇴직연금 보장

우리처럼 사보험에 의존 안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과 관련해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연금 개혁을 참고해야 할 모범 사례로 꼽았다. 유럽 순방을 앞두고 유럽의 시사전문지 <유로폴리틱스>와 한 인터뷰에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연금 개혁은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까?

13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의 조사 결과를 보면, 독일은 고령화에 따른 재정압박을 덜려고 1998년 가입 기간을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리고, 연금 신청 연령도 62살에서 63살로 늦췄다. 연금지급률도 인하해 30년 근무하면 연금수급액이 종전보다 2.4%가량 낮아지도록 했다. 오스트리아는 따로 운영하던 공무원연금제도를 2005년 국민연금과 통합했다. 두 나라는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퇴직 공무원한테서 재정안정화기금을 떼는 방안도 도입했다. 이렇듯 독일식 연금제도 개혁은 '더 내고 늦게 받도록' 한다는 점에서 한국연금학회가 제시한 개편안과 겉으로 드러난 방향이 유사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유럽 공무원 연금의 성격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견강부회의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노동대학원)는 "독일의 공무원 연금은 공무원이 기여금을 납부하지 않고 국가가 전액을 부담해 지급하는 부양적 성격이 강하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제도의 본질은 보지 못하고 외양만 따온 것"이라며 "지급률 등의 숫자를 조정하는 식의 개혁을 '모수개혁'이라고 하는데, 이런 방식은 독일처럼 정부 부담 비율이 높은 유럽에서나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상근연구위원도 "유럽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뤄져 공적연금의 보장률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퇴직연금이 강화돼 보완이 됐다. 퇴직연금도 한국처럼 사보험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가 보장하는 형태의 퇴직연금이라 사실상 국가가 보장해주는 연금 보장률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6년 펴낸 <재정안정화와 제도선진화를 위한 공무원연금 정책연구> 보고서의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보고서는 외국의 공무원연금 개혁 사례의 '정책 시사점'으로 "개혁 동향(개혁 내용)도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는 수급 부담 구조가 중요하다"며 "독일은 공무원연금 비용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 등 국가의 책임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짚었다.

정부는 또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을 강조하며 두 연금의 급여 수준을 비슷하게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 구실을 못하는 용돈연금 수준인데 그걸 개편 모델로 삼는 건 잘못"이라며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하기보다 공무원연금을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공적연금으로 만들고, 국민연금을 이에 맞춰 강화하는 중향 평준화가 진정한 형평성"이라고 조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재직 때 얻는 소득 대비 퇴직 뒤 받는 연금의 비율)을 낮추는 게 불가피하다면, 축소된 부분을 반드시 공적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권능 위원은 "유럽은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모두 합치면 소득대체율이 70% 수준"이라며 "62.7%인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 수준까지 낮춘다면, 낮춘만큼 퇴직연금으로 보장해주되 유럽의 나라들처럼 국가가 보장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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