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까지 검열?" 사이버 감시 논란..난감한 검찰

장민성 입력 2014. 9. 28. 05:31 수정 2014. 9. 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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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검찰이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구성,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사이버 상 거악 척결'VS '사이버 검열 및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때 아닌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 18일 미래부, 안행부, 방통위, 경찰청, 한국인터넷진흥원, 포털업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대응을 위한 회의를 갖고 대책을 내놓았다.

검찰은 곧바로 서영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등 검사 5명과 전문 수사관, 모니터링 요원 등으로 구성된 '사이버허위사실유포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사실상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에 대해 검찰이 '특별수사부'를 구성한 셈이다.

이 같은 검찰의 전담수사는 최근 사이버상에 근거없는 루머나 악성 글들이 판을 치는데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여론 왜곡 등으로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의 대대적인 사이버 수사를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자칫 '사이버 검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의 여론 전달 수단이나 자기 표현 등이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의 사이버상 들여다보기가 어디까지로 번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에 대해 검찰은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대화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을 중심으로 '수사 기관이 카카오톡 등 각종 메신저나 SNS를 실시간 감시할 것'이라는 의심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검열을 피하기 위해 외국 메신저 등으로 활동공간을 옮기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사이버 특별수사는 왜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사이버상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며 "앞으로 법무부와 검찰이 철저히 밝혀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은 공적 인물이나 연예인 등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조작·유포하는 경우, 특정인에 대한 악의적인 '신상 털기', 기업 대상 허위사실 유포,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학생·청소년에 대한 집단 괴롭힘이나 왕따 카페 등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에 검찰의 수사력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치인이나 공직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사건에 검찰의 칼끝이 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 역시 "모든 일반적인 사람을 다 할 수는 없고 공적 인물에 대해 아무래도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공적 기관의 공적 인물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모호한 기준에 실효성도 의문…수사력 낭비 지적도

수사 대상이나 검색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검찰도 난감한 모양새다.

검찰은 우선 '사이버상 검색 가능한 곳은 기본적으로 수사(모니터링)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카페, 블로그, 토론 게시판 등이 해당된다.

오늘의유머·일간베스트저장소·디시인사이드·엠엘비파크 등과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역시 누구든지 회원 가입을 통해 글을 게시하고 열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이버상 검색이 가능한 '공개된 공간'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게시물 역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이 가능하며, 수백 명이 한꺼번에 초대된 메신저 단체대화방의 경우 어떤 기준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인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는지에 대해서도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수사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경우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찌라시'가 번지는 등 최근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는 인터넷 사이트보다 메신저나 SNS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포털사이트 등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과 함께 검찰이 엉뚱한 곳에 힘을 쏟는 것 아니냐는 '수사력 낭비'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가이드라인 '고심'이처럼 검찰이 명확한 기준이나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급하게 전담수사팀을 꾸리면서 '과잉 수사'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역시 거세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지난 25일 "왜 위축이 되나? 아무 문제가 없는 글을 올리면 위축될 일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잘못이 없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찰 내부의 안이한 인식이 반영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여러 논란과 비판 여론에도 사실상 대통령의 지시로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만큼 검찰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수사의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전담수사팀이 제대로 운영되기 전부터 여러 논란이 많아 고민이 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결국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하지 않겠나.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준비를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담수사팀은 수사 대상, 검색 범위, 관련 법리 검토 등을 거쳐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뒤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nligh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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