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부대 폭행사건 합의 종용.. 피해자 치료 요청도 묵살

박소영 2014. 9. 20.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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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병이 목 조르고 얼굴 때렸는데 군 "합의 안 하면 헌병대 조사"

이후 CT 결과 안와골절 진단 재조사·수술 휴가 수차례 요청 결국 치료 늦어져 후유증 심각

최근 군대에서 폭행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공수특전여단에서 선임병이 후임병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군은 피해자와 가해자간 합의를 종용해 사건을 종결했고, 그 사이 피해자는 뒤늦게 나타난 증상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후유증이 심각한 상황이다.

19일 군에 따르면 올해 7월 10일 오전 제3공수특전여단 수송중대 생활관에서 박모(22) 병장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모(22) 상병의 목을 조르고 주먹으로 얼굴과 가슴, 옆구리 등을 때렸다. 당시 박 병장은 근무시간 중 생활관 안에서 TV를 보다 햇빛 때문에 화면이 잘 보이지 않자 전날 밤샘 근무 후 복귀해 자리에 누운 정 상병에게 커튼을 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정 상병은 "TV를 보고 싶은 사람이 직접 쳐야지"라며 거부했고, 이에 박 병장이 정 상병의 몸 위에 올라타 폭행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상병은 "박 병장이 목을 조른 뒤 옆구리와 가슴을 때렸으며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시 얼굴을 주먹으로 6대 가량 때리고 발로 허벅지를 걷어찼다"고 주장했다. 정 상병은 의무대에서 입술을 2바늘 꿰매는 응급처치를 받았고, 사고 다음날 서울 강동구의 한 병원에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피해자인 정 상병 가족들은 부대에서 가해자 측과 합의하도록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정 상병 어머니 윤모(54)씨는 "군은 사건 다음날(7월 11일) 박 병장의 부모와 나를 불러 '14일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맞았더라도 헌병대로 가서 조사를 받게 되고, (처벌을 의미하는)빨간줄이 그어질 것'이라며 가해자 측과 합의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폭행 피해자인 아들에게 불이익이 갈까 봐 급하게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전사 보통검찰부는 얼차려나 가혹행위에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고 친한 선·후임간 장난을 치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상해 발생한 우발적 사건으로 보고 박 병장의 폭행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마무리 되는 듯 했던 사건은 정 상병의 얼굴 CT 판독 결과 오른쪽 눈 뒤 뼈 2개 탈출(안와골절) 진단을 받으면서 다시 불거졌다. 8월 6일 윤씨가 서울 영등포구의 한 병원에서 "빠른 시일 내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군 측에 재조사와 수술을 받기 위한 휴가를 바로 보내달라고 수 차례 요청했으나 군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윤씨는 "여단장까지 만나 사정을 설명하면 '(재조사)해야겠네요'라고 하다가도 정작 실무자 선에서는 '합의로 끝난 사안이기에 재조사는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휴가에 대해서도 특혜를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진단을 받은 지 20일이 지난 8월 26일에서야 정 상병은 수술을 받고 이달 2일 퇴원했다.

그러나 정 상병은 이달 18일 수술을 받은 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퇴원 후 부대에 복귀했으나 상태가 악화했고, 5일 입원한 국군수도병원에서는 우리가 수술한 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씨는 "안압이 올라가는 등 눈 상태가 나빠졌다. 시신경이 손상 된 것 같지만 약을 쓰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담당 의사의 말을 전했다.

이와 관련 육군은 "정 상병이 2008년 같은 부위에 안와골절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수술을 한 병원도 구타로 인해 안와골절이 추가로 발생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며 "부대에서 합의를 종용하지 않았고 기소유예로 사건이 종결됐으니 나머지 문제는 민사소송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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