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련, 반국가 연계성 없어도 보안법 처벌"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71) 등이 2008년 만든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이 국가보안법이 규정한 '국가변란 선전·선동단체'에 속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북한 등 반국가단체와의 연계성이 없더라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문에 처음으로 명시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오 교수 등 사노련의 전·현 회원 8명의 상고심에서 원심처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다고 20일 밝혔다. 다만 야간시위 금지가 한정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일부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오 교수는 서울고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사노련은 강령과 토론회·책자·집회 등에서 자본주의를 폐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노동자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 재판에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북한을 공개 비판해온 사노련을 국가보안법 제7조로 처벌할 수 있느냐다. 이 법 제7조 제1항은 "반국가단체나 구성원 또는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노련은 국가보안법이 만들어지고 존재하는 이유가 북한 또는 반국가단체와의 동조를 막기 위한 것이므로 북한을 비판해온 사노련을 이 조항으로 처벌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국가보안법 제7조를 적용해 처벌하려면 반국가단체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과거에도 같은 취지로 국가보안법을 해석해왔지만 대법원이 판결문에 명시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노련 측 김도형 변호사는 "법원이 국가보안법 7조를 이런 식으로 해석하고 적용한다면 새로운 측면에서 보안법의 위헌성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사상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밝혔다.
다음은 사노련의 활동이 실제 해악을 끼칠 정도로 위험하다고 볼 수 있는가였다. 대법원은 "생산수단을 국유화해 사회주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하는 점, 노동자 민병대 등 무장단체를 결성해야 한다고 하는 점" 등을 근거로 사노련의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인정한 원심 판결은 사노련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활동을 공개해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런 판결은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집행유예가 선고될 정도의 단체에 과연 국가변란 선동·선전의 실질적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가라는 반론이다. 예를 들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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