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월호법 여야합의로 끝, 가족은 국회 나가라"
의장 집시법 위반 강조하며 퇴거 요청…가족대책위 거부
[미디어오늘 김유리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유로 세월호 가족대책위에 국회 농성장 퇴거를 요청했다.
정 의장은 8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과의 면담과 국회의장 명의의 친전 등을 통해 현재 국회 본청 앞에 자리 잡은 가족대책위는 물론 국회 남문 밖에서 국회 출입이 막힌 가족대책위 모두에게 국회에서 퇴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 의장은 친전에서 "국회는 그동안 유가족의 아픔을 감안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지만 부득이 정상적인 국회활동을 위해 김병권 유가족대책위 위원장 등 지도부 외에는 국회 출입을 자제하고 점거 농성도 오늘부로 종결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유가족 여러분께서 7월 12일부터 시작한 국회 본관 현관 앞 점거농성이 오늘로 28일째 접어들었다"며 "여러 의원의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고 국회 경내 질서유지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퇴거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정 의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가족대책위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도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한 이상 가족대책위 농성장을 유지할 명분이 없다"며 퇴거를 요청했다고 가족대책위 관계자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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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권(맨 왼쪽)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이 8일 국회 본청 앞에서 국회의장의 친전을 받은 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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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 면담에 참석했던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의장이 퇴거를 요청하면서 집시법 위반을 강조했다"며 "집시법 위반에 대응하는 몇 가지 매뉴얼이 있을 텐데 그 안에서 적당한 방법을 찾지 않겠냐"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또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으니 농성을 유지할 명분이 없다고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합의는 오히려 가족을 국회로 끌어 모으는 명분만 만들어 줬다"며 농성장을 정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집회시위에관한법률 위반에 대한 가장 흔한 대처는 경찰 등 물리력을 통한 퇴거, 제압 등이다.
정 의장 친전을 받아든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고 해서 우리를 버리는 데 굉장히 유감이고 불쾌하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특위 간사인 황필규 변호사는 "국회의장 직인이나 서명도 없는 친전이 무슨 친전이냐"며 "친전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오전 8시 안산을 출발해 전세버스 세 대에 나눠 타고 국회에 도착한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오후 4시 현재 국회로 들어오지 못하고 남문 밖에 있다. 남문은 경찰력 일부에 의해 출입 보안이 강화된 상태이나 세월호 가족대책위를 제외한 인원 및 차량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차후 활동 계획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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