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배 안 친구들을 덮쳐도 해경은 그저.."

2014. 7. 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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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월호 생존 단원고 학생들 법정 증언]

"손 닿을 거리인데 바라보기만…우리끼리 가까스로 탈출"

"파도가 비상구 덮쳐 나머지 친구들은 빠져나오지 못해"

"친구들이 왜 그리 됐는지 이유 밝혀달라" 재판부에 호소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안쪽에 친구들 많이 있다고 했는데도 (해경은) 가만히 있었어요. 손이 닿을 거리인데도…. 선내 안내방송은 해경이랑 헬기가 오고 있다며 '특히 제발 단원고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어요. 친구가 '가만히 있는데 왜 자꾸 그러냐'고 울었습니다."(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ㅇ양)

"친구들과 차례차례 나갔는데 구조대가 오지 않아 비상구에서 한 명씩 바다로 뛰어들었어요. 제가 뛰어든 뒤 파도가 비상구를 덮쳐 친구 여러 명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다시 배 안으로 밀려 들어갔어요."(단원고 2학년 ㄱ양)

28일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단원고 생존 학생 75명 가운데 6명이 처음 증인으로 나서 사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진술했다. 세월호 침몰 뒤 일부 생존 학생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단편적으로 알린 적은 있었으나, 종합적인 진술은 처음이다.

4월16일 오전 9시30분께.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급격하게 기울자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공포에 질려 선실 안 캐비닛 안으로 숨어들었다. 혹시 숨쉴 공간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순식간에 선실에 물이 차올라 캐비닛은 엎어져 나뒹굴었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학생들은 캐비닛을 계단 삼아, 커튼을 밧줄 삼아 간신히 갑판 비상구까지 올라와 줄을 서 구조를 기다렸다.

증인으로 나선 학생들은 세월호 안에서는 안전교육이 전혀 없었고, 배가 급격하게 기울었는데도 아무 상황을 안 알려줘 선실 밖으로 나와 학생들끼리 스스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가까스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4층 선미 쪽 왼편 다인실에 머물던 단원고 2학년 ㅂ양은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선실에서 누워 있는데 배가 갑자기 기울어졌다. 구명조끼를 입고 물이 차길 기다렸다가 친구들이 밑에서 밀어주고 위에서 손을 잡아줘 방에서 빠져나와 보니 비상구로 향하는 복도에 친구들 수십 명이 줄을 선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급한 순간이었지만 선실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살겠다고 뛰쳐나간 게 아니라 서로 울지 말라고 하면서 줄을 서면서 나갔다.

거친 파도가 비상구 쪽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이들을 덮쳤다. 몇몇 학생들은 다시 침몰하는 배 안으로 떠밀려 들어갔다. 특히 ㅇ양은 "고무보트에 타고 손에 닿을 거리에 있던 해경은 비상구에서 대기하며 바다로 떨어진 사람들을 건져 올리기만 했다. 비상구 안쪽에 친구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는데도 바라보기만 했다"며 원망했다. ㅇ양은 "(해경이) 건져주긴 했는데 배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 거예요. 왜 들어가지 않냐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친구를 만나러 선체 중앙 왼편 선실에 갔던 ㅈ양은 배가 기울어졌을 때 누군가 커튼으로 만든 줄을 던져줘서 탈출했지만 도움을 준 사람이 승무원이나 해경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내용의 안내방송이 반복됐다. 탈출하라는 방송이 제때 나왔다면 캐비닛 등을 밟고 많은 사람이 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학생은 "친구와 선생님 생각이 나고 가끔 꿈도 꾼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친구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이준석 선장 등 피고인들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고, 재판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29일에도 생존 학생 17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같은 법정에서 이어진다.

안산/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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