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유병언 뒤쫓은 '얼뜨기 검경'

이환직 입력 2014. 7. 22. 20:24 수정 2014. 7. 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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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 전 발견 순천 변사체 DNA·지문감식 통해 유씨로 확정

송치재 은신처 인근임에도 노숙자로 오판 단순 변사 처리

검찰과 경찰이 지난달 12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유씨임을 알지 못한 채 40일 동안 군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유씨 검거 작전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시신의 신원이 유씨로 확인되기 불과 수 시간 전 유씨에 대한 유효기간 6개월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끝까지 잡겠다"고 공언했던 검찰은 무능을 자인한 꼴이 됐다.

22일 검·경은 전날 DNA 분석에 이어 지문감식을 통해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매실 밭에서 발견된 변사체를 유씨 시신으로 확정했다. 검찰은 시신이 발견된 즈음 검사와 수사관을 추가 투입해 유씨 검거팀을 확대 개편하고 검거 작전에 군까지 동원했다. 경찰은 지난달 13일 전국 경찰서에 검거팀을 설치하고 임시반상회까지 열어 신고를 독려했다. 검찰은 이달 13일에도 임정혁 대검 차장검사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어 구원파 신도 수백명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확대 방침까지 밝혔었다. 이미 주검이 된 유씨의 실체 없는 행적을 좇으면서 검찰은 "유씨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호언해 왔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 20일 유씨 일가 비리를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을 설치한 인천지검은 5월 22일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이후 두 달 동안 검사와 수사관 110명, 전담 경찰관 2,600명, 해경 2,100명, 함정 60여척 등을 동원했다. 이 기간 검찰이 뒤진 유씨 일가 계열사와 구원파 관련 토지와 건물만 4,500여곳이 넘는다. 이미 숨진 유씨의 두번째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지난 40일 간 유씨의 시신을 확보하고도 엉뚱한 데에 수사력을 낭비한 셈이다. 검찰은 국내외에서 도피 중인 유씨의 장남 대균(44)씨와 차남 혁기(42)씨의 행방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유씨 시신 발견 직후 대응도 부실했다. 유씨 시신이 발견된 곳은 검찰이 5월 25일 유씨 검거를 위해 덮쳤던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으로부터 2.5㎞ 가량 떨어져 있는 곳이고, 현장에선 유씨 일가 계열사인 ㈜한국제약의 'ASA 스쿠알렌', 유씨의 책 제목이 새겨진 가방 등이 나왔지만 시신을 수습한 경찰도, 변사처리를 지휘한 검사도 유씨와 전혀 관련 짓지 못했다. 단순 변사로 처리되면서 DNA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40일이 걸렸다. DNA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대검과 인천지검 수사팀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이날 감찰팀을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급파해 유씨 신원을 장기간 확인하지 못한 원인 파악에 나섰다. 감찰팀은 변사사건 처리를 지휘한 검찰 책임자들의 직무태만 여부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변사체에 대한 초동수사를 미흡하게 한 책임을 물어 순천경찰서장과 담당 형사과장을 직위해체하고 과학수사팀장 등 관련자 전원에 대한 감찰에 들어갔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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