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학살은 외면, 무기에 감탄하는 중앙일보
[비평] "이·팔, 대등한 관계에서 전쟁하는 것처럼 보도"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
지난 7일부터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닷새 만에 팔레스타인 주민 170여명이 사망했고 사상자는 1200명이 넘었다. 이스라엘이 장애시설·종교사원 등 민간시설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지상군을 투입한 결과다. 언론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학살'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다수의 언론들은 팔레스타인이 가진 무기가 이스라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세라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16면 기사 < 드론·아이언 돔 對 구식 로켓포…이·팔 '결과 뻔한 싸움' > 에서 "한 해 150억달러(약 15조원)의 국방 예산을 지출하는 이스라엘은 현역 18만명, 예비군 45만 명을 보유한 세계 10위 규모의 군사 강국"이라면서 "아직 하마스 로켓포로 인한 공식적인 이스라엘 희생자는 발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스라엘 원자로가 있는 사막 지역 디모나에 로켓을 발사했지만 2발은 공터에 떨어지고, 나머지 1발은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 돔'에 격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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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12일자 1면 사진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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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아니라 '학살이자 처벌'
10일까지 이스라엘군은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750여곳을 폭격하는 등 사실상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가자지구를 폭격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들이 '이·팔 전면전' 혹은 '이·팔 교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국민일보 지난 10일자 <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격화…전면전 치닫나 > , 동아일보 14일자 < 이스라엘軍, 가자지구 첫 진입…하마스와 교전 > , 한겨레 < 공습·로켓 맞대응, 이·팔 전면전 위기 > 등 보수·진보 언론 모두 마찬가지였다.
팔레스타인 평화운동단체인 '경계를 넘어'의 최재훈 활동가는 15일 "국가 간의 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침공이고 학살인데 마치 대등한 관계에서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이스라엘 중심적인 보도이며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류 언론들의 공통된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 활동가는 "이스라엘의 '하스바라'(정보와 홍보의 중간 의미)는 전 세계 언론을 상대로 이런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며 미국도 하마스가 로켓포를 쏘니 이스라엘이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주류 언론에서도 이를 답습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어휘의 문제가 아닌 이·팔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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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10일자 6면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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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만이 '전면전'과 '교전'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학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일 인터뷰 기사를 통해 "외부에서는 이·팔 양측이 '폭력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표현하지만,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은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집단처벌'일 뿐"이라는 한국에 온 팔레스타인인 누라의 발언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15일 < 비정한 이스라엘의 '스데롯 시네마' > 에서 "(이스라엘)스데롯의 일부 주민은 공습 시간에 팝콘을 먹거나 맥주로 건배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학살을 바라보는 이스라엘의 시각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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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5일자 18면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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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어 가는데 '아이언돔' 성능에 감탄
이번 사태를 다루는 최악의 보도는 언론들이 이스라엘 무기의 성능을 소개하는 기사였다. 공습 초기 인 8,9,10일 침묵하던 중앙일보는 지난 12일 6면 기사 < 하마스 로켓포 막아낸 아이언돔…"명중률 90%" > 에서 "적군 로켓포나 포탄의 궤적을 계산해 미사일로 요격하는데 이스라엘은 자체 평가를 통해 명중률이 90%에 이른다고 주장한다"면서 "이스라엘 사상자 수가 미미한 수준인 데서 알 수 있듯 아이언돔은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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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12일자 6면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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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도 지난 12일 < 로켓 요격률 90% 이스라엘 '아이언 돔' 최강의 방패로 이목 > 이라는 기사를 실었고, 국민일보도 11일 < 하마스 신형 로켓 vs 이스라엘 '아이언 돔' > 이라는 기사에서 두 진영의 무기 성능을 소개했다. 특히 국민일보는 하마스의 로켓에 대해 "주로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접경지대에 집중됐던 로켓 공격이 북부로까지 확대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정작 로켓의 명중률이 매우 낮고, 이스라엘 사망자 수가 '0'이라는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이번 사태를 '충돌'의 시각에서 접근했다. KBS는 12일 "국제사회의 휴전 촉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사이의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고, SBS는 10일 "유대인 청소년 납치 살해와 이스라엘 측의 보복으로 촉발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교전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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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 8뉴스 > 10일자 리포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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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들은 관점의 문제를 떠나 이번 사태를 다룬 보도량 자체가 적었다. (7월14일 기준) MBC는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한 13일이 돼서야 이번 사태를 한 차례 전했다. SBS는 10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이번 사태를 보도했다. KBS는 14일 < '피의 보복전'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눈덩이 > 등 총 3차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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