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버스 음주 사고 빈발 왜.. 위험천만 '술 취한 버스' 달린다

전수민 임지훈 기자 2014. 7. 12.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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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회사 '셀프 음주측정' 허술.. 경찰의 부실 단속도 사고 조장

시외버스 기사 김모(51)씨는 지난 7일 오후 8시50분쯤 경기도 용인시 명지대 앞 사거리에서 버스를 몰다 승객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234%의 만취 상태였다. 버스에는 승객 30여명이 타고 있었다. 한 승객이 "버스가 '갈지(之)'자로 요동치고 버스 안에 술 냄새가 진동한다"고 신고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김씨는 경찰에서 "오후에 아내와 소주 2병을 나눠 마신 뒤 동료와 순번을 바꾸려 했지만 거절당해 할 수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충남 천안의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태우고 체험학습을 떠나던 관광버스 기사 이모(31)씨가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려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2%였다. 지난 4월 24일에도 부산에서 출근시간대에 6㎞ 구간을 음주운전한 시내버스 기사(51)가 승객 신고로 체포됐고, 3월에는 충북 청주에서 기업 통근버스 기사 이모(52)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099% 상태로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처럼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의 음주운전이 빈발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는 장치는 기사들이 출발 전 차고지에서 실시하는 '셀프 측정'이 사실상 전부인 상황이다.

10일 오전 서울의 한 버스회사 차고지. 주행을 앞둔 기사 A씨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음주감지기에 숨을 내쉬었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뜻의 '파란불'이 들어오자 A씨는 '배차지 기사 음주운전 확인 장부'에 서명하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회사별로 마련된 음주감지기는 기사의 음주 여부를 판단하는 사실상 유일한 장치다. 현재 버스 음주운전에 대한 별도의 단속 규정은 없다. 게다가 주행 중인 버스는 경찰의 음주운전 일제단속 때도 대부분 그냥 통과된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음주단속 때 교통 상황을 고려해 버스는 그냥 통과시키곤 한다"고 말했다. 수학여행 등에 사용되는 관광버스도 학교 등 주최 측이 경찰에 직접 요청하지 않으면 별도의 음주 측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음주감지기가 오래됐거나 고장 나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경기도의 한 운수회사를 퇴사한 B씨는 "본사에 있는 차고지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각지에 흩어져 있는 영업소의 음주감지기는 기계가 낡아 오작동이 많고 검사체계도 허술하다"고 말했다. 커피나 매운 음식을 먹고 측정하면 음주를 했다는 표시인 노란색이나 빨간색 불이 켜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버스기사 심모(45)씨는 "콜라를 마신 뒤에도 술을 마신 걸로 나와 물로 입을 헹구고 한참 기다린 뒤 다시 측정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운수회사 관계자는 "버스 출발 때마다 음주 측정을 하지 않고 아침조회나 출근 시에만 의무적으로 측정하는 회사가 많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 흐름상 버스를 상대로 음주 단속을 하기는 쉽지 않고, 관련 법규가 없어 버스회사들의 자체 음주검사에 개입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전수민 임지훈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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