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옆 도로 '의문의 구덩이'.. 주민들 "처음 봤다"며 불안감

2014. 6. 3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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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7시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석촌호수 동호(東湖) 옆 골목길. 도로 중간에 지름 50㎝, 깊이 20㎝쯤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비가 많이 올 때 도로 밑의 모래 등이 쓸려나가 생기는 '포트홀'과 달리 아스팔트가 깨지거나 벗겨지지 않은 채 그대로 움푹 꺼졌다.

하이힐을 신고 가던 여대생 김모(22)씨가 미처 구덩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갑자기 휘청하더니 앞으로 넘어졌다. 김씨는 "가끔 다니는 길인데 이렇게 도로가 푹 꺼진 건 처음 본다. 걸어가다 갑자기 땅이 내려앉아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30분쯤 뒤에는 리어카가 구덩이에 걸려 기우뚱하기도 했다. 지나던 차들도 구덩이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 속도를 줄였다. 인근 편의점 직원 이모(21·여)씨는 "도로에 저런 게 생긴 줄 몰랐다. 이 근처에서는 처음 봤다"고 했다.

석촌호수 옆의 이 '수상한' 구덩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석촌호수는 최근 지하 6층, 지상 123층의 제2롯데월드 건설공사 여파로 물이 하루 평균 450t씩 줄어들고 있다. 공사 시작 전보다 수량 감소 폭이 배 이상 늘었다.

땅을 깊이 파다보면 땅속에 있어야 할 지하수가 땅위로 스며 나오거나 더 깊이 흘러들어 사라져 버린다. 전문가들은 "공사현장 주변에서 이렇게 지하수가 빠져나간 자리를 석촌호수 물이 흘러들어 채우기 때문에 수량이 주는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롯데 측은 석촌호수의 줄어든 수위만큼 한강 물을 끌어다 채워 넣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 구덩이가 대규모 지반 침하의 전조현상인 '싱크홀(sink hole)'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정충기 교수는 "포트홀은 도로 포장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다. 다만 포장이 멀쩡해도 싱크홀로 단정하려면 주변 환경을 면밀하게 파악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석촌호수 일대의 안전점검 용역을 발주하겠다던 송파구청이 제2롯데월드 건설 여파를 인정하면서도 안전문제 대신 공원을 명소로 재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용역입찰 공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용역비 3억원은 롯데 측에서 전액 지원받았으며 용역조사에도 롯데가 지정한 업체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규정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송파나루근린공원(석촌호수) 수질·수위개선 및 명소화 기본계획 연구용역' 자료에서 송파구청은 "제2롯데월드 건설 이후 유동인구 증가와 지하수위 변화로 인한 석촌호수와 주변 지역 영향 등이 예상돼 송파나루근린공원의 전면적인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석촌호수의 수질과 주변 생태환경을 개선해 공원을 명소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업지시서에는 '용역결과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롯데 측에서 제시하는 전문업체를 참여시켜 공동으로 용역을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수행하더라도 롯데 측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본격적인 연구기간도 1년이나 걸릴 예정이어서 안전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롯데 측은 공사로 피해를 주는 게 없다는 입장이고 학자들 의견도 분분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이라며 "물 흐름이나 지반이 안정적인 상태로 조성되면 그때 원인 규명을 확실히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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