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돈 던지고 먹던 수박 먹여도"..마트 수난사

2014. 6. 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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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현정의 뉴스쇼]

< 대형마트 직원 >

-항의 고객 반말은 기본, 욕설은 옵션

-당한 수모, 평생 트라우마 작용할듯

-월급 적다고 감정도 없나요

< 전문가 >

-대부분 비정규직, 결국 구조적 문제

-진상고객 차단위한 방어권 시급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 (대형마트 노동자), 김태흥 감정노동연구소 소장

여러분, 대형마트 종종 이용하시죠? 그런데 이 대형마트의 직원들이 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정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서 화제입니다. 이들 말에 따르면 먹다 남은 수박을 들고 와서 당도가 떨어지니까 바꿔 달라고 욕을 하는 손님부터, 눈빛이 기분 나쁘다면서 사과를 요구하는 손님 등등 정말 다양한 사례들이 쏟아진다고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콜센터 직원들의 감정노동 이야기는 자주 전해드렸습니다만 과연 대형마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마트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 한 분의 사례를 직접 연결해서 들어보죠. 신원보호를 위해서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나와 계십니까?

◆ ○○○ > 안녕하세요.

◇ 김현정 > 마트에서 일하신 지는 몇 년이나 되셨어요?

◆ ○○○ > 6년 정도 근무했어요.

◇ 김현정 > 주로 어떤 일을 맡으셨습니까?

◆ ○○○ > 처음부터 캐셔 파트쪽이었어요.

◇ 김현정 > 캐셔라고 하면 계산하는...

◆ ○○○ > 계산대하고 고객센터 그쪽도 같이.

◇ 김현정 > 이번에 대형마트 직원들이 우리의 감정노동도 인정해 달라고 회사에 요구를 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 건데, 도대체 어떤 일들을 6년 동안 겪어오신 거죠?

◆ ○○○ > 그게 아주 약한 것을 예로 들자면 물건 위치가 바뀐 걸 가지고도 저희한테 와서 왜 마음대로 물건 위치를 바꿨느냐, 내가 이것 찾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돈 받고 일을 하면서 이것도 모르면서 여기 왜 서 있냐고, 물건을 계속 찾느라고 허비한 내 시간을 너희들이 다 보상해줄 거냐고.

◇ 김현정 > '내가 이 샴푸 자리 바꾸는 바람에 허비한 시간을 당신들이 보상해 줄 거야?' 이렇게?

◆ ○○○ > 보상해 줄 거냐고 말씀을 하시죠.

◇ 김현정 > 그것도 정중하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 ○○○ > 아니죠. 막 화를 내고... 저희는 또 저희 입장에서는 서비스업이라고 웃으면서 응대를 해드려야 되고.

◇ 김현정 > 무조건 죄송하다고 하는 건가요, 방침은?

◆ ○○○ > 저희는 무조건 죄송합니다, 잘못한 게 없어도 무조건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렇게 교육을 받고 있고요.

◇ 김현정 > 또 어떤 것들 겪으셨어요?

◆ ○○○ > 그리고 예를 들어서 체크카드 같은 경우에는 은행 업무에 따라서 주말이 끼면 환불하러 오셔도 바로 환급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취소가 안 되는 경우가.

◇ 김현정 > 기계에다가 환불 처리를 해도 소비자한테 바로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거죠?

◆ ○○○ > 그렇죠, 체크카드의 경우에는 그렇게 돼 있습니다. 그분에게 설명을 그렇게 드려도 '너희가 내 돈 가로챈 거 아니냐', '내 돈 먹고 왜 오리발이냐 빨리 돈 내놔라', '네가 여기에 뭐 안다고 서 있느냐, 말도 못 알아듣는 게 여기 왜 서 있느냐', '높은 놈 나오라고 그래', 그렇게 말씀하시거든요.

◇ 김현정 > 제일 마음 아팠던 일을 꼽으라면 어떤 일이 떠오르세요?

◆ ○○○ > 남자분 40대 중후반쯤 되신 것 같에요. 그분이 교환, 환불이나 그런 것에 대해서 항의를 하시면서 높은 사람 부르라고 얘기를 하니까 저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그래서 제가 갔더니 아래위로 훑어보시면서 '야, 네가 제일 높아?' 딱 그러시는 거예요. 아닙니다. 제가 제일 높은 건 아니지만 지금 현재 제가 여기 담당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뭐 불편하신 점 있으세요, 말씀해주세요 라고 하니까 '야, 너 말고. 내가 지금 얘기를 하면 네가 내가 하는 말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책임질 수 있는지 대답해봐.'

◇ 김현정 > 잠깐만요, 다 반말로 얘기하는 건가요?

◆ ○○○ > 그렇죠. 반말이죠.

◇ 김현정 > 반말은 기본입니까?

◆ ○○○ > 그럼요. 저희들은 끝까지 웃으면서 얘기를 해야 돼요, 그 과정에서도. 왜냐하면 저희가 만약 화를 냈다든가 인상이 약간이라도 일그러진다면 그건 더 큰 화로 돌아오거든요. 제가 응대를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을 받게 되는 거죠.

◇ 김현정 >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거군요?

◆ ○○○ > 그렇죠. 2차적인 문제가 또 발생하는 거죠.

◇ 김현정 > 반말을 하든, 욕설을 하든 계속 웃어야 되는?

◆ ○○○ > 그러면서 그분이 제가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뭐라는 것이냐'라면서 확 다 불질러버린다'고. 그러면서 손으로 이렇게, 약간 이렇게 하시는 포즈를 취하시면서 '확 쑤셔버린다'고... 제가 그때 엄청 많이 울었어요.

◇ 김현정 > 아니, 그러니까 불질러버린다는 말을 넘어서....

◆ ○○○ > (울음) 죄송합니다. .... 쑤셔버리겠다고....

◇ 김현정 >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있죠. 지금도 그때 생각이 나시니까 울컥, 감정이 북받치시는 거죠?

◆ ○○○ > 죄송합니다. (울음)

◇ 김현정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마치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는 거네요, 그 상처가?

◆ ○○○ > 그건 평생 간다고 해야 될 것 같은데요.

◇ 김현정 > 이게 언제 겪으신 일이세요?

◆ ○○○ > 1년 반쯤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1년 반 전에 일어난 일인데도 지금도 이렇게...?

◆ ○○○ > 그래서 제가 그 후로는 그냥 무조건 무서운 거죠. 그런 분들 보면 무조건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거예요. 그런데 그 분한테 그런 소리 듣고도, 눈물이 계속 나면서도 업무를 계속 해야 하니까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조심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고 마무리를 하지 않으면 그게 끝이 안 나는 거죠.

↑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 김현정 > 그렇게 심한 욕설, 이것은 뭐 거의 폭언 수준을 넘어서 사실 법적으로 갈 수 있을 정도로 심한 욕설을 들었는데도?

◆ ○○○ > 높은 분한테 그랬어요. 제가 왜 이런 욕을 먹고 제가 사과를 해야 되느냐, 왜 회사에서 조치를 안 취해 주시느냐.

◇ 김현정 > 그랬더니?

◆ ○○○ > '그냥 조용조용히 지나가세요', 이렇게 나오는 거죠.

◇ 김현정 > 서러우셨겠네요, 그때 심정이라는 건?

◆ ○○○ > 다들 그렇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다 조금씩 갖고, 가슴속에 다 그런 것은 품고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저 뿐만 아니고 감정노동을 하시는 분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 그런데도 그만 못 두는 것은...?

◆ ○○○ > 생계가 달려 있으니까...

◇ 김현정 > 생계가 달려 있으니까....

◆ ○○○ > 그렇죠. 돈 100만원 최저임금 받기 위해서 또 웃으면서 일을 해야 되고요.

◇ 김현정 > 참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이런 일뿐만 아니라 제가 듣기로는 먹다 남은 수박 들고 와서 '바꿔내라, 왜 달지 않은 수박을 파느냐' 하면서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면서요?

◆ ○○○ > 조금 남은 걸 먹어보라고 그래요.

◇ 김현정 > 그러면서 먹어보라고?

◆ ○○○ > 먹다가 잘라서 온 걸 먹어보라고. 그러면 딱 먹어보면, 저희들이 나눠먹으면서 '이 정도 당도는 다 보편적으로 있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얘기를 하면 그게 입이냐고. 맛도 볼 줄 모르는 게 입이냐고 ...

◇ 김현정 >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네요. 어떤 손님들은 애들 데리고 지나가면서 너 공부 못 하면 저렇게 되는 거야, 이런 얘기도 하신다면서요?

◆ ○○○ > 그것은 비슷비슷한가봐요, 겪는 게.

◇ 김현정 > 기본인가요, 그런 얘기 듣는 건?

◆ ○○○ > 공부 못하면 이런 데 와서 일한다고.

◇ 김현정 > 지금 뭐 웃으면서 얘기를 하실 정도로 그 정도 일은 흔한 일이 됐군요. 마음의 상처가 많이 굳으신 것 같은데...

◆ ○○○ > 그게 쌓이고 쌓여서 병이 되고 그것 때문에 치료도 받기도 하고요.

◇ 김현정 > 우울증 치료 이런 것도 받으세요, 정신과 치료도?

◆ ○○○ > 상담 같은 것도 받기도 하고요.

◇ 김현정 > 지금 방송 듣고 계신 분들 중에도 마트 이용하시는 분들이 꽤 많을 텐데, 이분들께 마지막으로 이것만은 좀 지켜주십시오, 기억해주십시오,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하시죠.

◆ ○○○ > 고객 여러분, 저희가 최저임금을 받고 마트에서 하루 9시간, 10시간을 근무를 하고 있는데 저희가 월급을 조금 받는다고 해서 감정이 조금 상하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로. 저희도 감정이 있는... 저희도 인간이고 감정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인간적으로 대해주실 것을 요구를 하고요. 제가... (울음) 죄송합니다.

◇ 김현정 > 지금 감정이 많이 북받쳐 오르셨어요. 우리가 월급을 조금 받는다고 감정이 조금 다치는 건 아닙니다 라는 말씀이 참 아프게 와닿네요. 청취자들이 느끼시는 바가 아마 있을 겁니다, 이런 사례들 들으시면서. 혹시 나는 그런 적이 없는지 돌이켜보실 필요도 있을 것 같고 서로 서로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나만 존중받길 바라는 세상이 아니고요.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저희도 관심 갖고 보겠습니다. 힘내시고요,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 ○○○ >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 대형마트 근무자 한 분의 호소를 먼저 들어봤습니다. 이거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전문가 한번 연결을 해 보죠. 감정노동연구소 김태흥 소장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소장님, 나와 계세요?

◆ 김태흥 >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 이게 앞의 분이 유독 어려운 일을 겪은 걸까요, 아니면 일반적인 이야기일까요?

◆ 김태흥 > 슬프게도 아주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그것보다 더한 경우도 많이 있고요.

◇ 김현정 > 더한 경우도 있다고요?

◆ 김태흥 > 네.

◇ 김현정 > 어떤 경우들을 보셨어요?

◆ 김태흥 > 손님한테 무릎 꿇고, 또 산 물건으로 쥐어 맞고 그런 경우도 왕왕 일어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왜 무릎을 꿇으라고 하는 거죠?

◆ 김태흥 >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자기한테 사과를 하라는 거죠.

◇ 김현정 > 어쩌다가 매 맞는 일도 있습니까?

◆ 김태흥 > 자기가 산 물건을 던져버리는 거죠. 또 잔돈을 얼굴에다 던져버리고. 그것이 아픈 걸 떠나서 인격적인 치욕이라는 것은 말도 못하는 거죠.

◇ 김현정 > 이것을 어떻게 해야 되나요, 앞의 분도 호소를 하셨지만 이런 얘기를 아무리 해 봤자 회사에서는 '그냥 넘겨, 참고 삭혀', 이렇게 얘기를 한다는 것이고. 실제로 우리 사회의 분위기란 것이 그런 감정노동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는 아니잖아요?

◆ 김태흥 > 그렇죠. 그것이 또 왜 그러냐 하면 비정규직하고도 연결이 돼 있어요.

◇ 김현정 > 비정규직 문제와?

◆ 김태흥 > 그럼요. 대형마트 경우에 자기 회사 소속 직원이 12%밖에 없어요.

◇ 김현정 > 정규직원이요?

◆ 김태흥 > 그럼요. 나머지는 전부 비정규직 아니면 파견직, 아니면 입점 업체 직원들이거든요. 그러니까 구조적으로 회사에서 보호해 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는... 구조적인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 김현정 > 심각한 것은 알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될지 우리가 생각을 해 봐야 될 텐데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 줘야 될까요?

◆ 김태흥 > 저는 감정노동방어권이라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감정노동방어권?

◆ 김태흥 > 그 자리를 피하고 상대하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이죠.

◇ 김현정 > 그 사람이 그곳 담당자인데 어떻게 상대하지 않을 수 있죠?

◆ 김태흥 > 예를 들면 대형마트 같은 경우에는 보안요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진상고객은 그런 전문층을 만들어서 차단을 시켜줘야 됩니다.

◇ 김현정 > 그런데 그렇게 되면 회사의 이미지 나빠질까봐, 회사들이 보안요원 있어도 그런 데는 안 쓰는 거잖아요?

◆ 김태흥 > 아니죠. 그 보안요원이 가서 험악하게 대하는 게 아니라 그런 전문요원이 가서 친절하게 하라는 거죠. 150만원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정노동 그렇게 심하게 한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예요.

◇ 김현정 > 그런 전문팀을 둬서 그 사람들이 응대를 할 수 있도록, 또 그리고 그분들에게는 그분들도 감정노동자가 되는 것이니까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고요?

◆ 김태흥 > 당연하죠.

◇ 김현정 > 그것을 회사측에 앞으로 그렇게 하라고 아무리 말해도 잘 변할 것 같지는 않고, 어떻게 구조적으로, 법적으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요?

◆ 김태흥 > 지금 한명숙 의원실에서 비슷한 법안을 발의해 놓은 지 한 3개월 됐어요. 그런데 아직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고요. 참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 우리가 지나쳤던 문제인데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 김태흥 >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 감정노동연구소 김태흥 소장까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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