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혐오 앞에서 삭제되는 우리 존재, 무엇을 해야할까

2014. 6. 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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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바로미터]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형태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오는 6월 7일 신촌 연세로 차없는 거리에서2시부터 제15회 퀴어문화축제의 대표행사격인 퀴어퍼레이드가 개최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15년 동안 열리고 있는 퀴어퍼레이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올해 가장 크게 들리는 것 같다. 퀴어퍼레이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아시아의 성소수자들이 몰려와서 거리에서 옷을 벗고 춤을 추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동성애를 확산시킬 것이다."

이런 주장 때문인지 서대문구청은 퀴어퍼레이드의 장소사용 허가를 돌연 취소했다. 다행히 주최 측이 당일 집회신고를 해두었던 터에 퀴어퍼레이드는 계획대로 열릴 예정이지만 당일 신촌 연세로 인근에서 4시부터 퀴어퍼레이드를 반대하는 이들이 반대집회를 예정 중에 있으며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는 장소에서 반대를 위한 1인 시위를 할 것이라 예고했다.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존재를 1년에 한번 세상에 알리는 것조차 참 버거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득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에 궁금해지는 점이 있다. 아시아의 성소수자가 그날 갑자기 몰려와서 거리에서 옷을 벗고 춤을 춰서 사회적으로 동성애를 확산시킨다고 하는데 정말 그들의 주장처럼 아시아의 성소수자들이 옷을 벗고 춤을 추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한국에 동성애가 확산될까? 문득 이 주장을 듣다보니 2012년 4월 레이디가가의 내한공연 당시에 들었던 주장들과 오버랩 된다. 레이디가가의 공연이 동성애를 조장하며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던 사람들 말이다.

이왕 생각난 김에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면, 2010년 공중파 방송으로는 파격적으로 동성애자들의 사랑에 대해 다뤘던 SBS 주말드라마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생각난다.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에 역시나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여러 신문들에 이런 광고를 냈었다.

" < 인생은 아름다워 > 보고 '게이'된 내 아들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

▲ 2010년 9월 29일 조선일보에 실린 광고

그들의 주장은 언제나 이렇게 당황스럽고 무례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드라마의 열혈 애청자였던 그때나 지금이나 드라마 매니아인 여전히 게이로 살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저런 광고는 어떤 사건에 대한 반대 입장의 논리가 아니라 사회를 향해 외치는 성소수자를 향한 적극적인 혐오의 표현이자 저주로만 들릴 뿐이다. 동성애 반대 광고 사회적 폭력으로 말미암아 누군가의 영혼을 갉아먹는 행위인 것이다. 지금도 성소수자라서 경험하게 되는 여러 사회적 혐오에 대하여 성소수자의 입장에서 성소수자가 직접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너무나 부족하다. 그러나 동성애 반대 단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주요 신문에 위와 같은 광고를 낼 수 있다.

때때로 저런 광고가 무슨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느냐?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사람들에게 받는다. 물론 한번보고 비웃어주며 넘기는 광고일 수 있다. 하지만 저런 류의 동성애 혐오인지는 모르겠으나 방영 예정되어있던 촬영까지 마친 극중 동성애자 커플인 태섭, 경수의 성당 언약식 장면은 편집과정에서 아직은 사회적으로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삭제되었다. 사회적인 혐오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드러내고픈 나의 희망, 나의 바램들이 아직은 너무 이르다는 이유로 삭제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실에서 살고 있다. 솔직히 살고 있는 것인지 살아남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 사회에서 사실 동성애혐오로 삭제되는 것은 드라마의 특정 장면만은 아니다. 2010년 7월 국립국어원은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사랑'이라고 정의했지만, 2012년 11월 '애인' '연인'의 사전 속 정의가 남녀 관계에만 한정되어 성소수자의 인권을 무시한다면서 개정을 요구한 것에 대해 사랑의 정의까지'이성의 상대'를 '어떤 상대'로 변경하였다.

그런데 올해 4월 다시 사랑의 정의를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변경하였다. 그렇다면 왜 국립국어원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무시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의 정의를 남녀 간의 관계로만 다시 변경한 것일까? 여기에도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의 주장이 반영 되었다. 이것은 지극히 특정 집단의 소수자 혐오에 의한 정치적 행동이지만 사회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 맞서지 않는 것 같다. 국립국어원이 2년 남짓한 시간에 사랑의 정의를 변경한 것처럼 서대문구청이 퀴어퍼레이드의 장소사용 허가를 취소한 것처럼 한국 사회는 너무나 빠르게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그리 놀랍지도 않으나 가히 정치적 입장으로서의 혐오가 받아들여지는 사회인 것이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지금까지 드라마나 사전에서 존재가 삭제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나? 라는 생각마저 든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제는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성소수자들의 축제조차 반대하며 그 이유로 성소수자들이 존재를 내보이려 거리로 나오는 일이 사회적으로 해로운 일이니 가만히 있으라 주장 한다.하지만 그런데 이제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 어디에나 존재한다. 다만 보려하는 의식이 없을 뿐이다.

나 역시 아침에는 출근을 하고 하루종일 회사에서 노동을 하다 퇴근 후에는 일상의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여러 이웃들 중 한명이다.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이 말하는 사회의 근간을 파괴한다는 존재가 나라면 왜 나의 일상은 이렇게 조용한 것일까?

사회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판치는 세상에서 나는 매일 출근을 할 것이다. 나는 상상해본다. 성소수자인 양성애자인 동성애자인 레즈비언 혹은 트랜스젠더, 게이로서의 내가 회사에 나로서 출근하는 상상.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가능하다면 상상해봤으면 좋겠다. 당신이 동성애자라면 성소수자라면 아니 비성소수자인 당신이 사랑하는 가족이 친구가 동료가 동성애자라면 양성애자라면 트랜스젠더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형태

매일 매일 혐오가 나의 존재를 삭제하는 일상을 살아내며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고 외치는 것의 의미를 돌이켜본다. 6월 7일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고 혐오를 멈추라고 사회적인 동성애 혐오에 침묵하는 세상을 향해서 소리냈으면 좋겠다. 당신의 일상이 평화롭다면 그 평화로움이 행여나 사회적으로 어떤 존재를 삭제함으로서 가능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당신이 더 온전하게 평화로운 세상과 만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당신의 삶에 우리의 삶에 온전한 평화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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