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천지검 부장검사가 구원파에 '김기춘 현수막' 제거 전화 밝혀져
구원파에 전화를 걸어 '우리가 남이가! 김기춘 실장 갈데까지 가보자!''라는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종용한 검사는 인천지방검찰청(지검장 최재경)의 부장검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지검은 그동안 수사팀에서는 구원파에 전화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 검찰이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검찰은 그동안 '김기춘 현수막'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음에도 이 사안을 김진태 검찰총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 김 총장이 국민들에게 알리라고 한 이후에도 전화 통화를 둘러싼 내막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태종 구원파 대변인은 25일 "금수원 정문에 걸린 현수막을 내려 달라고 종용한 검사는 인천지검 외사부장"이라고 밝혔다. 구원파는 지난 26일 금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한 검사의 육성을 변조해 공개한 바 있다. 이 대변인은 "인천지검 외사부장을 지난 21일 금수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서 협상 대상자로 만났으며, 그동안 수차례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그동안 소속과 실명을 밝히지 않는 것은 개인을 보호하려고 했고, 검찰 스스로 밝히길 바랬지만 검찰이 계속 그런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해 공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김기춘 실장에게 '우리가 남이가!'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박근혜 대통령이 답을 하는 형식이 됐다"며 "김기춘 실장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28일 오후 2~3시쯤 금수원에서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지검 외사부장은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의 검거팀장이다. 그는 1390억원을 횡령하거나 배임·탈세한 혐의로 지난 16일부터 12일째 도피중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2)에 대한 추적과 검거를 총괄하고 있다. 수사팀의 핵심 간부다.
검찰은 구원파에 전화를 걸어 현수막을 내려 달라고 요청한 수사관은 없다고 그동안 계속 부인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팀에 확인한 결과, 그런 사실이 없고, 금수원이 알아서 현수막을 제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사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6일 육성이 공개된 이후에는 구원파에 전화를 건 사람은 수사팀은 아니고, 검거팀과 법무팀에서 했을 수도 있다는 등 한 발 물러섰다. 검찰은 "구원파가 금수원 앞에 여러 가지 현수막을 걸어 놓고 진입 방해를 했으며, 현수막은 상징적인 문구들이다. 상징성이 있는 현수막은 당연히 제거해야 한다"고 말을 바꿔 왔다.
검찰은 지난 25일 김진태 검찰총장이 인천지검을 방문했을 때에도 외사부장이 구원파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현수막을 놓고 구원파와 검찰이 진실게임이 벌어졌을 때도 검찰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인천/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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