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석학' 기 소르망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분석하나?

2014. 5. 2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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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프랑스의 세계적인 석학 기 소르망(Guy Sorman·70) 교수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여러 요인들 가운데 학교 선생님의 지시 없이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복종을 강요당했던 문제점도 일부 있었다"고 지적했다. 창의성 대신 수동성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유교적인 교육방식 때문에 학생들이 선실 안에 머물게 돼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소르망 교수는 2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소에서 '시민의 안전과 국가'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무고한 국민이 생명을 잃은 것뿐만 아니라, 사고에 대처하는 정부 당국의 대응 방식과 대처 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는 점에서 우발적인 사고로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사의 원인으로는 중앙집권화한 정부 체계, 상명하달 방식의 의사소통 구조, 시민사회의 역량 부재, 유교적인 교육문화, 부패를 낳은 제도의 허점, 국민 안전을 도외시하는 정부 등으로 분석됐다.

소르망 교수는 먼저 국가에게 지나치게 많은 책임이 부여돼 있는 점을 시스템의 맹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강연 부탁을 받자마자 '한국에서 국가의 역할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떠올렸다며 "중앙집권화한 국가가 너무 많은 책임을 떠맡게 되면 관리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에 권력이 집중돼 있다보니 지방정부와 시민사회의 역량은 대형 참사에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소르망 교수는 자신이 청와대를 방문해 한국 정부에 충고를 건넸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사소한 것까지 청와대가 챙길 수 없다. 국가가 탈(脫) 중심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국민들의 정신문화와 관련된 유교식 교육문화도 원인으로 들었다. 소르망 교수는 "유교적 전통이라는 것이 계층화된 의사결정을 유발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며 "복종을 강조하는 유교적 전통 교육이 선생님의 지시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학생들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실 안에 머물었다가 희생당한 학생들이 많았던 점을 지적하면서 "학생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때 갑판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복종 때문에 선실에 남아 있다가 비극이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그는 부패를 막아내지 못하는 허술한 규제, 전시행정에 집중하느라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한 정부의 무능력 등을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친(親) 시장주의 성향 학자답게 해법을 시장과 시민사회 등 민간 부문에서 찾았다. 소르망 교수는 "대한항공의 경우 1990년대 아메리칸항공과 비교해 17배나 많은 항공 관련 사고를 일으켰지만, 외국 안전 전문가들을 기용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가 됐다"며 안전 관련 부분에서 외국에 문호를 개방할 필요성을 한국 정부에 제안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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