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김시곤 "사장이 대통령 뜻이라며 그만두라고 했다"

이범준 기자 입력 2014. 5. 16. 22:08 수정 2014. 5. 1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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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건 희생자 유가족들의 항의끝에 사퇴한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이 사퇴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폭로하고 나섰다. 또 KBS 보도본부 보직부장들 전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물어 KBS 길환영 사장에 대한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로써 세월호 침몰 사건 보도과정에서 불거진 KBS 공정성 논란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KBS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개입설까지 확대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16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KBS 기자총회에 출석해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럽게 사퇴의사를 밝힌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금요일(9일) 기자회견을 35분 앞두고 길 사장이 휴대폰으로 불러 'BH(청와대)에서 연락왔다'며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고 털어놨다.그는 "(길사장이)석달 쉬면 일자리 주겠다고 회유했다"며 "거역하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고 대통령 뜻이라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소개했다.

김 전국장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기자총회에서 한 발언은 모두 사실"이라며 "KBS 사장은 여야가 동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길 사장의 사퇴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김 전 국장의 폭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KBS 인사에 개입한 청와대 관계자와 길 사장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KBS 보도본부 산하 보도국과 시사제작국 보직부장 전원 등 부장급 간부 18명은 공영방송으로서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물어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집단적으로 보직을 사퇴했다.

뉴스를 다루는 보도국과 시사제작국의 보직부장들이 공정방송 훼손을 이유로 한 명도 빠짐없이 집단적으로 보직을 사퇴한 것은 한국 방송사상 처음이다.

보직부장들은 성명에서 "전임 보도국장에 따르면 (길 사장은)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KBS 보도에 사사건건 간섭해왔다고 한다"며 "그간 길 사장의 행보에 비춰볼 때 그 폭로를 충분히 사실로 받아들일 만하다"고 밝혔다. 부장단 사퇴에 이어 임창건 본부장도 사표를 제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측에 따르면 임 본부장은 사표제출에 앞서 길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부장단 등의 사퇴로 뉴스가 멈출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길 사장은 '이런 상황은 감수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노조 KBS본부측은 "청와대의 인사개입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길 사장은 더이상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자격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며"길 사장이 18일까지 자진사퇴를 거부하면 19일부터 출근저지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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