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모자란데.. 경찰은 가만히 서있기만"

2014. 5. 1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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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 피로누적·우울증에 하루 10명으로 줄어

[서울신문]"가만히 서 있지만 말고, 부족한 일손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

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자원봉사자들이 부족해 비상이 걸렸다. 실종자가 20여명으로 줄어 가족들이 대부분 떠났지만 아직도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유족들과 경기 안산 단원고 학부모, 군인, 공무원 등 1000여명이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사고 한 달여가 되면서 개인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급감했다. 매일 100~200여명 찾아오던 모습과는 달리 지난 7일 이후부터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아픈 현장에 계속 있다 보니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등 부작용이 생기면서 개인 봉사자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것이다.

낮에는 70여명, 밤에는 20여명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하루 10여명으로 줄어들었고 밤에는 한두명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자원봉사자 대부분이 오전 10시쯤 와서 오후 3~4시에 가 버리다 보니 이후 시간은 한 사람의 손길도 아쉬운 상황이다.

단체 봉사자도 지난달엔 80개 단체가 찾았지만 현재는 40여개 단체만 남아 있다. 이처럼 개인 자원봉사자들이 없어 일이 힘들다 보니 엉뚱하게 경비, 교통 업무를 보는 경찰관들에게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이 지금껏 정보과 형사와 경비 등 누적 인원 3200여명을 동원하면서도 막상 자원봉사 업무에 대해서는 외면해 왔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자원봉사자를 관리하는 김모(22·여)씨는 "봉사자들이 부족한데도 특별한 도움을 주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야속하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진도군은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쫓아낸 것으로 알려져 유족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진도군은 유족들이 즐겨 찾던 신세계푸드, 국제위러브운동 본부 등 13곳의 급식소를 대부분 철수시키고 지난 9일부터 진도체육관 2곳, 팽목항 3곳으로 대폭 줄여 운영하고 있다. 식사 시간만큼은 웃음을 보이던 실종자 가족 등 유족들과 자원봉사자들도 "밥 먹는 시간이 곤혹스럽다"며 "체력도 계속 떨어지는데 이러다 쓰러지는 것 아닌가 걱정을 한다"는 반응들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가족 한 명이 남아 있을 때까지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와 위로를 함께하려고 했지만 진도군에서 철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마지막까지 곁에서 지켜 주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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