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카카오톡으로 철도노조 조합원 실시간 위치추적"

입력 2014. 5. 13. 15:47 수정 2014. 5. 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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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자녀 학습지 로그기록까지 조회… 철도노조, 헌법소원 제기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지난 2월 10일께 철도노조 조합원 부인 구아무개씨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발송된 우편물을 받았다. 우편물을 열어본 구씨는 깜짝 놀랐다.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 집행사건 처리결과 통보'라는 제목의 서류에는 구씨와 아들의 인터넷 로그기록과 통신자료에 대해 정보를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로그기록은 IP주소라고도 하는데, 이를 알면 그 사람이 어디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경찰이 로그기록과 통신자료를 요청한 사이트는 광범위했다. 행정안전부 민원24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국민은행, 기업은행, 라이나생명 등 금융기관, 한겨레신문, CBS 등 언론사와 심지어 어린이 학습 사이트인 푸르넷도 포함됐다. 당시 임씨의 자녀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이외에도 지마켓, T머니, 한게임, 곰TV 등이 자료제공 요청 대상에 포함됐다. 조합원 가족은 피의자가 아닌데도 위치추적을 당한 것이다.

경찰은 가족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위치도 추적했다. 여기에는 부인, 아들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형, 여동생까지 포함됐다. 통지서에 따르면 경찰은 '피내사자 형이 자신의 명의로 개통하여 사용 중인 휴대전화'와 '여동생이 자신의 명의로 개통하여 사용 중인 휴대전화'의 통화내역을 확인했다고 돼있다. 사용자가 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통화내역을 확인한 것이다.

구씨는 "남편이 수배 된 이후에 집 앞에 경찰들이 대놓고 상주했다. 성당을 갈 때도 드러내놓고 미행을 했다"면서 "차라리 눈에 보이는 미행은 파업기간이고, 남편이 수배중이니 할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인터넷 사이트를 추적하고, 아주버님, 아가씨, 시누이에 대해서까지 조사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가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아이의 휴대전화까지 추적하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덧붙였다.

▲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가족들이 받은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 집행사실 통지서. 사진=이하늬 기자

이용석 부산본부장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지난 2월 11일 이 본부장이 부산지방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통지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주)카카오로부터 접속위치를 실시간으로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의 접속 위치가 실시간으로 추적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천주교인권위 랑희 활동가는 "단지 위치 추적만 했는지, 아니면 카카오톡의 내용까지 제공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침해 요소가 다분한 이 같은 일은 통신비밀보호법의 허술함 때문이다. 통비법 제13조 제1항은 경찰이 '수사 또는 형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언제든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을 때만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형사소송법의 요건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또 해당 조항은 그 대상자를 명확하게 특정하고 있지도 않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대상자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아 피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및 관련 있는 지인까지도 위치추적을 당할 수 있다"며 "명확성의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장 활동가는 "위치추적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만 경찰은 공소 제기 또는 불입건 처분 이후 30일 내에만 공지하면 된다"며 "당사자가 알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철도노조 조합원과 가족 등 36명은 결국 지난 2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조합원이 15명, 가족이 21명이다. 또 만 20세가 되지 않은 청구인도 6명이나 된다. 철도노조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것이 인권침해가 아니면 무엇이냐. 파업 노동자를 사회적으로 위축시키고 고립시키기 위한 의도가 명백해 보였다"며 "노동자와 가족들은 마치 흉악범죄자 취급을 당한 것과 같았다며 억울함과 분노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이어 "단지 파업했다는 이유만으로 공권력이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것이 당연한 일인가. 이 땅에서 파업권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공익 소송을 통해 파업노동자와 그 가족, 지인들의 모든 개인정보를 경찰이 영장 없이 저인망식으로 싹쓸이하는 수사 방식이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인지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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