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T 부친 대이어 잠수, 아들 또래 학생들 구하려다 ..

권철암 2014. 5. 7.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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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잠수사 이광욱씨 구조 중 사망30년 베테랑 .. 투입 첫날 사고당시 바지선에 응급의료진 없어SNS에 '간만에 애국하러 왔네' 글남양주시, 의사자 지정 추진

침몰한 세월호 옆 수심 22m 바닷속에 그가 엎드려 있었다. 잠수 마스크를 벗어젖히고, 납으로 된 잠수용 허리띠(웨이트 벨트)를 풀어버린 채였다. 아버지에 이어 30년간 활동한 베테랑 잠수사는 그렇게 세월호 곁에서 마지막 숨을 쉬었다. 세월호 구조·수색 활동 중 사망한 첫 잠수사 이광욱(53·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씨였다.

 이씨가 세월호 구조팀의 연락을 받은 것은 지난 4일. 해양경찰이 민간 구난업체 언딘 측에 "민간 잠수사들이 몹시 피로하니 대체 인력 50명을 확보해달라"고 한 직후였다. 해경은 "5월 7일부터 물살이 다시 약해지는 시기(소조기)가 돼 구조·수색을 확대하려고 인력 확충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한 잠수 관련 단체 추천으로 현장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로 사는 어머니(72)에게 "며칠 후 올라오겠다"고 한 뒤 현장으로 갔다. 5일 오전 10시30분쯤 언딘 측 바지선에 올랐다. 안전교육을 받고 이튿날 오전 6시6분 처음 잠수했다. 바지선에서 세월호 5층 로비까지 줄(가이드라인)을 연결하는 임무를 맡았다. 동료가 바지선 위에서 상황을 살피는 가운데 이씨 혼자 내려갔다.

 11분 뒤인 오전 6시17분 교신이 끊겼다. 바지선 위에선 이씨의 호흡이 정상이 아니란 징후를 알아차리고 잠수사 2명을 내려 보냈다. 이씨는 수심 22m에서 발견됐다. 잠수 마스크에 연결된 공기 호스가 가이드라인에 엉켜 있었다. 한국수중환경협회 소속 잠수사 박승철(35)씨는 "기존에 설치한 로프와 공기 호스가 꼬여 호흡이 곤란해지자 물속에서 빠져나오려고 헬멧을 벗고 납 벨트를 푼 것 같다"고 말했다.

 잠수사들이 이씨를 바지선으로 끌어올렸다. 바지선에 응급조치할 의료진이 아예 없어 근처 해군 청해진함에서 군의관이 급파됐으나 소용없었다. 헬기로 전남 목포한국병원에 옮겨진 뒤에 한 CT 촬영에서는 이씨의 뇌에 공기가 차 혈관을 누르는 '기뇌증'이 확인됐다. 박인호 목포한국병원장 "기뇌증은 압력 차이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산업잠수기술인협회 이청관(74) 고문은 "조류가 빠른 해역에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민간 잠수사 투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의 시신은 목포한국병원에 안치됐다.

 소식을 듣고 오후 3시쯤 병원에 도착한 어머니는 "네가 살고 내가 가야지 네가 거길(시신 안치소)에 왜 들어가"라며 통곡했다. 사망한 이씨에겐 두 아들이 있다. 이씨의 처남 김현철(49)씨는 "둘째 아들이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고2라 매형이 구조에 애착을 가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좋은 일 하려다 목숨을 잃었는데 정작 해경은 (이씨) 남동생과 큰아들을 경찰서로 불러 '평소 지병이 없었느냐' 등만 따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씨는 해군 특수전전단(UDT) 출신인 부친 고(故) 이진호씨에게서 잠수를 배웠다. 20대 때부터 민간 잠수사로 활동했다. 안산화력발전소 건설과 청평댐 수문 교체 등에 참여했다. 지인들은 그를 "의협심이 강한 인물"로 기억했다. 고향 후배 이대용(52·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씨는 "고향 인근 팔당호에서 물놀이 사고가 나면 급류를 아랑곳 않고 제일 먼저 물에 뛰어들어 인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부친은 UDT 퇴역 후 수중 공사 전문업체를 운영하면서 팔당댐 공사 때 수문·수로 등 수중 작업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양인명구조봉사단을 창설해 초대 회장을 지냈다. 남양주시는 이씨를 의사자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키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희생하신 잠수사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목포·남양주=권철암·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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