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날자 '200억' 떨어졌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2014. 4. 28. 08: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24일 경기도 파주시 한 야산에서 발견된, 나뭇가지에 걸린 날개폭 2m가량의 무인 항공기가 시작이었다. 같은 달 31일에는 백령도, 4월에는 삼척 야산에서도 무인기가 발견되었다. 국방부는 4월11일 무인기와 관련한 중앙합동조사 중간발표에서 이렇게 브리핑했다. "북한의 소행으로 확실시되는 정황 증거가 다수 식별됐으나 더욱 명백히 규명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적 조사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북한의 무인기가 한국 영공으로 침입해 군사작전을 수행했다는 측면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으로 무인기에 입력된 '인공위성위치정보(GPS)'의 복귀 좌표를 해독한 뒤에야 무인기들의 원래 임무가 밝혀질 것이다.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캐논 550D DSLR' 카메라로 청와대 전경을 비롯한 서울과 경기도 북부의 주요 시설 등을 193컷 촬영했다. 백령도에서 수거한 무인기는 '니콘 D800 DSLR' 카메라로 소청도와 대청도 등에서 100여 장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김종성 UAV 체계개발단장(왼쪽)이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무인기는 원격으로 조종된다. 위성을 사용하면 심지어 지구 반대편의 무인기도 무선으로 제어할 수 있다. 미국 본토의 공군기지에 앉아 무인기로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자유롭게 관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자동제어 기술의 발달로 목표 좌표나 대략의 비행 루트만 입력하면 무인기가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 비행하다가 복귀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요즘 무인기는 군사 이외의 부문에서도 활용된다. 방송사들은 무인기로 항공샷을 촬영하며, 경찰 소속 무인기는 고속도로를 순찰한다. 심지어 피자도 무인기로 배달하겠다는 시대다. 무인기 부문의 최고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이다. 1960년대부터 미국의 전쟁에 무인기가 활용되었다.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 중에는 미군의 최고 병기로 등장하기도 했다.

"장난감 원격조종 비행기와 매우 유사"

2011년 예멘에 위치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 기지에서 '리퍼 무인기'가 소리 없이 이륙했다. 같은 시각, 동아프리카 인근 국가인 지부티, 에티오피아, 세이셸공화국 내의 미군 특수전 합동사령부 산하 기지에서도 무인기들이 조용히 날아올랐다. 무인기들의 목표 좌표는 예멘 북동부 지역의 카셰프 마을에서 8㎞ 떨어진 도로였다.

이 무인기의 조종사들은 지구 반대편인 미국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랭글리의 CIA 상황실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여러 개의 스크린을 통해 예멘 상공에서 무인기들이 전송하는 지상의 광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화면에는 사막으로 난 길을 달리는 도요타 트럭 행렬이 보였다. 무인기 한 대는 트럭을 따라가며 차량 속 사람들의 모습을 전송했다. CIA 상황실 직원들은 트럭 안의 남자가 알카에다 거물급 지도자인 안사르 알올라키라는 것을 화면과 얼굴 인식 특수장치를 통해 확인했다. 잠시 후 상황실 화면들에는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트럭이 산산조각나는 장면이 나타났다. 여러 대의 무인기가 한꺼번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이날 작전을 마친 CIA 직원들은 커피를 마시고 퇴근했다. 군사적으로 활용되는 무인기는 이 정도로 위력적인 무기다.

ⓒ연합뉴스 3월25일 합동참모본부가 개최한 합동무기체계 소개회에서 업체들이 전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파주·삼척·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미국의 '위력적 무기'에 비하면 기능이 지나치게 저열하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의 뉴스채널 CNN은 '북한이 보낸 것으로 의심되는 무인 비행기는 한국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가'라는 보도에서 "장난감처럼 보이는 비행기 때문에 소동이 일어난" 한국의 '무인기 사태'를 다채롭게 분석했다. 기사는 한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하면서도, 이 무인기들이 사진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없고 영상의 질 역시 상업용 위성보다 떨어진다고 적시했다. 결론은, 무인기들이 실제 위협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제임스 하디 < ihs제인스 디펜스 > 아시아태평양 편집장은 "장난감 가게에서 살 수 있는 원격조종 비행기와 매우 유사하게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언론들은 연일 "청와대 상공까지 뚫렸다"라는 식의 보도를 내보내면서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북한이 무인기에 핵탄두를 장착해서 서울로 날려 보낼지도 모른다면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런 종류의 무인기에는 절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없다.

지금까지 등장한 핵무기 중 최소형은 미국이 1960년대에 만든 '데이비 크로켓'이다.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있는 무반동포(총)에 장착하게 되어 있다. 이 '최소형'의 무게가 23㎏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들이 수송할 수 있는 폭발물의 무게는 고작 3㎏ 정도다. 3㎏이 넘으면 비행을 할 수도 없는 구조다. 이 정도로는 설사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해도 요인 암살에는 무리가 많다.

북한이 만약 군사정찰용으로 무인기를 날려보낸 경우라면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사진의 해상도가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인 청와대 사진만 봐도 해상도가 일반적인 군사용 정찰 사진에 비해 떨어진다. 승용차와 화물차를 구별할 정도는 되지만 청와대의 전체 경계 시설들을 식별할 수 있는 성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군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한국군이 보유한 정찰용 카메라만 해도 발견된 무인기 카메라보다 40~60배의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정말 한국의 요인들을 암살하기 위해 GPS로 무인기를 보낼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이미 다수의 GPS 교란 장비들이 상용화되어 있다. 이 장비를 작동시키면 무인기는 청와대 바로 위를 비행하면서도 좌표를 인식할 수 없다. 이런 전반적 사실들을 감안하면, 북한이 보낸 것으로 의심되는 무인기들이 직접적인 '공포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심리전을 전개하려는 의도로 무인기들을 띄웠다면, 이 작전은 이미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덕분에 신난 것은 미국과 유럽의 무기 판매상들이다. 특히 레이더나 요격 시스템 관련 업체들이 앞을 다퉈 한국 정부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독일의 한 레이더 생산업체 관계자는 "드디어 한국인들이 무인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깨달았다. 한국 정부도 (더욱 고도화된) 레이더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무인기 사태로 새롭게 각광받는 상품은 저고도 레이더이다. 무인기가 비행하는 비교적 낮은 고도에 적합한 탐지장치다. 원래 저고도 레이더는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탈레반 등의 저항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드넓은 사막이나 바위산의 생명체를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묘한 타이밍에 열린 '무기체계 소개회'

한국 정부는 이미 저고도 레이더를 보유 중이다. 영국 플택스 사의 '브라이'다. 브라이의 주목적은 휴전선 감시다. 플택스는 이번 기회에 휴전선뿐 아니라 다른 주요 시설들에도 브라이를 판매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업체는 이스라엘의 라다 시스템이다. 이 회사의 저고도 레이더 상품은 'RPS-42'인데, 당초 한국군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기지 경비용 장치였다. 지난 3월25일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14-1 합동무기체계 소개회'에서도 RPS-42가 소개된 바 있다. 타이밍도 절묘하게, 북한 무인기 논란이 시작될 즈음이었다. 군 당국은 북한 소형 무인기 대비 긴급 예산으로 200억원을 편성해 RPS-42 10여 대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레이더로 소형 무인기를 탐지한 뒤 이를 공중 요격하는 C-RAM도 주목받고 있다. C-RAM은 당초 대포나 박격포 포탄을 요격하는 용도였으나 소형 무인기에 대한 방어능력도 가지고 있다. 무인기 요격 부문에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독일 만티스 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무인기 사태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만티스 제품이 한국의 무인기 방어 시스템에 필요하리라 예상하고 본격적인 판매를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에 돌연 출현한 '장난감 같은' 무인기들이 시민을 공포에 몰아넣는 동안 국제 무기상들은 한국 정부가 긴급 편성한 수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노리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북한이 보낸 것으로 의심되는 무인기들의 성능은 미국의 그 어떤 고성능 무인기 못지않은 고강도 무기인 셈이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 webmaster@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Live - [ 시사IN 구독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