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한 사장 "세월호 보도로 MBC 자신감 회복"

2014. 4. 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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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소희 기자]

안광한 MBC 사장

ⓒ MBC

안광한 MBC 사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02년 미군 궤도차량에 숨진 여중생 보도를 "절제를 잃고 선동적으로 증폭된" 사례로 꼽았다. 하지만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선 사고당일 보험료 산정 등으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던 일 등은 언급하지 않고 칭찬으로 일관했다.

안 사장은 지난 25일 내부 게시판과 이메일로 임직원들에게 세월호 보도로 고생하고 있다는 격려글을 보냈다. 그는 "세월호 참사는 크고 비극적이며 한국 사회 변화의 계기가 되어야 할 교훈적 사건이었다"며 "방송을 통해서 온 국민이 우리 사회의 수준과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사장은 세월호 보도의 반면교사로 2002년 여중생 사망사건을 꼽았다. "2002년에 있었던 '효순·미선양 방송'이 절제를 잃고 선동적으로 증폭되어 국가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었다. 반면 이번 세월호 방송은 "국민정서와 교감하고 한국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표현했다.

2002년 MBC는 < PD수첩 > 등 여러 시사·보도프로그램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필요성을 지적했다. 당시 전국민주노동총연맹 언론노동조합은 지상파 3사 보도를 분석한 결과, "MBC는 꾸준히 판결의 내용과 문제점, 시민들의 반발, SOFA 개정의 필요성을 보여줬고 다양한 접근방식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 PD수첩 > '미군전차와 두 여중생-그 죽음의 진실'편을 '이달의 좋은 방송'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보험금 보도는 방송심의까지 받는데도... "세월호 방송 국민과 교감"

안 사장은 거듭 MBC의 세월호 보도에 호평을 보냈다. 그는 "특보방송은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고, 모두들 힘든 가운데서도 온몸을 던져서 제 역할들을 해준 덕분에 우리 뉴스가 다시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우리 뉴스는 이미 시청자가 기억하는 그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며 "그 자리는 바로 'MBC뉴스'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MBC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 < 이브닝뉴스 >에서 세월호와 탑승객의 보험금 보상문제를 다뤄 비판을 받았다. 당시 시청자들은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데도 실종자들의 사망을 전제로 보험금을 언급해 적절하지 않다고 질타했다. 27일 오전 11시 현재 해당기사는 전문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동영상 재생버튼을 누르면 '해당영상정보가 없습니다'라고 뜨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1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긴급 소집, 심의에 들어갔다. 이날 권혁부 부위원장은 "방송심의규정 제24조의 4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을 지적하고 있고, 당시 가족들은 피해자(실종자)들이 절대적으로 살아 있을 거라 희망하고 있던 때"라고 지적했다. 방심위는 오는 28일 < 이브닝뉴스 > 제작진을 불러 의견진술을 들을 예정이다(관련 기사 : MBC '보험금', MBN '홍가혜 인터뷰' 등 무더기 방송심의).

다음은 안광한 사장의 글 전문이다.

세월호 사건이 채 마무리가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방송은 전체 국민의 정서와 생활의 안정을 고려하여 원상으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크고 비극적이며 한국사회 변화의 계기가 되어야 할 교훈적 사건이었습니다. 방송을 통해서 온 국민이 우리사회의 수준과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02년에 있었던 "효순 미선양 방송"이 절제를 잃고 선동적으로 증폭되어 국가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데 비해, 이번 방송은 국민정서와 교감하고 한국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습니다. 이제는 이런 종류의 사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전체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추스르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번 사고가 학생들의 대규모 희생으로 더없이 가슴 아팠던 만큼, 이를 대하는 우리 구성원들의 사명감도 남달라 MBC에도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보방송은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고, 모두들 힘든 가운데서도 온몸을 던져서 제 역할들을 해준 덕분에 우리 뉴스가 다시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사와 지역사가 함께 참여하는 방송시스템을 전체적으로 가동해 보게 된 것도 향후 경쟁력 향상을 위한 소중한 경험입니다. 무엇보다도 고생한 만큼의 시청자의 호응이 뒤따라 주어 보람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파이팅하고 MBC가 어떤 상황이든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 그 중의 으뜸입니다.

보도국 근무자 여러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흔들리는 배위에서 기사를 읽느라 애를 쓸 때 제 몸이 흔들리는 것 같았고 야간의 바닷가 현장은 밤 기온이 많이 떨어져 보였습니다. 잘 곳도 먹을 곳도 만만치 않은 북새통 같은 현장에서, 아침이면 부어 보이는 얼굴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카메라 앞에 서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볼 때 마다 우리 뉴스는 이미 시청자가 기억하는 그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는 바로 "MBC뉴스"였습니다.

기술, 편성, 보도지원 근무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건이란 항상 예측이 불가하게 발생하지만 여러분은 몸을 돌보지 않는 직업정신과 전문가적인 역할로 우리방송이 돋보이게 만든 숨은 주인공이었습니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공을 다투지 않는 진정한 직업정신이 건재하는 한 우리 MBC구성원들은 어떤 일이 벌어져도 여러분들을 믿고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사 관계자 여러분 현지에 보다 익숙한 지역사 기자들의 역할분담과 지역을 넘어선 중계차 지원 등 꼭 필요한 협업체제를 그 어느 때 보다도 잘 이루어 주었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열악한 여건과 생방송이라는 막대한 부담 속에서 여러분들의 참여로 더욱 완성된 방송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여건이 좋은 지역사는 없다시피 하지만, 이러한 정신이 되살아난다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어떤 곳에서 벌어지더라도 MBC의 이름으로, 네트워크의 힘으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살려 나갈 수 있을 것 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세월호 사건은 우리사회에 분명한 교훈으로 남아야 합니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정도가 국가와 사회의 수준과 격을 좌우합니다. 방송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국민적 관심이 클수록 몰입과 절제의 적정선을 지켜나기 위한 고민을 해나가야 하고, 이러한 고민 속에서 성숙한 사회를 향한 제 역할을 해 나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MBC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회사와 사원의 역할과 책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다시 한 번 성찰해 보았으면 합니다. 상암동시대의 토대가 굳건해야 MBC의 미래가 흔들리지 않는 만큼 우리의 조직문화도 "기본과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세월호 사건이 반면교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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