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인 사형수 용서 이란母 "마음의 평화 찾았다"

2014. 4. 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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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이란의 한 교도소 밖 교수대로 군중이 몰렸다. 그 앞에서 교도관은 코란을 낭독했다. 사형수의 목엔 밧줄이 씌워졌다. 이제 남은 삶은 단 몇 분이었다.

7년 전 그에게 18세 아들을 잃은 부모는 교수대로 올라갔다. 이란 법률에 따라 사형수의 의자를 직접 빼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피해자 어머니가 사형수 따귀를 한 대 때리고는 "용서하겠다"고 한 것이다.

사형수 발랄은 그날 이렇게 목숨을 건졌다. 이란 북부의 작은 마을 로얀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벌어진 일이다. 이 얘기는 이란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다. 한국에도 소개돼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 피해자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절대 쉽지 않은 용서였다고 했다. 피해자 어머니 사메레 알리네자드는 25일 영국 가디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용서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알리네자드는 사형 집행 10일 전 아들이 나오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꿈에서 아들은 복수(사형 집행)를 만류했다. 그러나 알리네자드는 "스스로를 용서하자고 설득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집행 전날 모인 친지들도 용서를 권하는 이는 없었다. 알리네자드가 겪은 슬픔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과거 11살 된 작은아들을 교통사고로 보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큰아들마저 발랄의 칼부림에 목숨을 잃었다.

사형 집행일, 알리네자드 부부는 교수대 위에 올라갔다. 남편은 발랄에게 "마지막 말을 하라"고 했다. 그러자 발랄은 "제 어머니, 아버지를 위해 부디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 화가 난 알리네자드는 "내가 어떻게 용서를 하겠느냐, 너는 우리에게 자비를 보였느냐"고 되받아쳤다.

그러나 알리네자드는 의자를 걷어차는 대신 의자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발랄의 따귀를 때렸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분노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눈물이 터져 나왔어요. 남편을 불러 목을 죈 밧줄을 풀어주라고 했죠."

놀란 발랄의 어머니는 군중을 헤치고 달려왔다. 그는 알리네자드를 와락 껴안고 엎드려 그의 발에 입을 맞추려 했다. 그러나 알리네자드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알리네자드는 "그도 결국엔 저와 같은 엄마"라고 했다.

발랄을 용서한 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 알리네자드는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저는 이미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지금은 그래도 마음이 평온하다. 복수심은 이제 마음 속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발랄은 여전히 창살 안에 있다. 피해자 가족의 용서가 목숨을 구해줄 순 있지만 형 자체를 줄여주진 않기 때문이다. 그날 발랄을 용서한 뒤 알리네자드는 아들의 무덤으로 향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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