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뭐든 돕겠다" 봉사·구호 손길

2014. 4. 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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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 미루고 달려온 1만명..터키인도 동참"정성 좋지만 냄새가.." 케밥 천사들 철수세월호 탈 뻔한 車딜러, 앞장서 구조활동

진도 여객선 참사…봉사·구호의 기적들"절망에 빠진 가족들을 보며 그냥 있을 수 없었다."(김시온ㆍ18ㆍ용인) "갓 태어난 아이를 보니 남의 일 같지 않았다."(주마 발ㆍ35ㆍ서울) "나도 사고 당일 세월호에 탈 뻔했기 때문에 더 돕고 싶은 마음이 크다."(윤시훈ㆍ37ㆍ인천) 슬픔과 절망 속에서도 국민의 온정이 전라남도 진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 국민의 자발적인 희생과 봉사의 손길은 실종자 가족과 수색ㆍ구조 요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생업을 미루고 진도로 달려온 자원봉사자는 이미 1만명을 넘어섰다.

세월호 침몰 9일째인 24일 전남 진도 팽목항. '가족대책본부'를 지나 길 양쪽으로 250m가량 길게 늘어선 자원봉사단체 천막들 끝에는 아침ㆍ저녁으로 실종자 가족 등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가 있다. 진도군 방범연합회가 설치한 '구호물품지원센터'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A씨는 "일반 기업체는 물론 슈퍼 주인이나 어부가 보낸 물품까지 다양하다"며 "물품을 보낸 곳으로만 따지면 수천 곳은 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피트니스센터 강사로 일하는 유미 씨(30)도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듣고 바로 팽목항으로 향했다.

유씨는 "이곳에선 모두 다 바쁘고 경황이 없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알아서 돌아다니면서 일손이 필요한지를 물어보고 일을 거들고 있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에는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온 요리사들도 자원봉사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터키인들이 부스를 만들고 케밥을 준비하자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은 이색적인 풍경에 한번씩 눈길을 돌렸다. 이들은 서울 강남역 주변에서 터키음식 레스토랑 파샤를 운영하는 사람들로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듣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레스토랑 문을 닫고 진도로 내려오기로 결정했다. 전날 저녁부터 1500인분 재료 준비를 했고 혹시나 빼놓은 것이 없는지 꼼꼼히 체크한 후 24일 새벽 2시에 서울에서 출발해 아침 7시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의로 현장을 찾은 케밥 천사들은 "고기 냄새가 너무 심해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는 일부 주변 자원봉사자들 항의 등으로 5시간 뒤에 철수했다.

팽목항 한국수중환경협회 부스에서 만난 민간 잠수구조사 윤시훈 씨(37)는 회원들과 함께 수중 실종자 수색을 돕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윤씨에게 이 사고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도 사고가 난 세월호에 몸을 실을 뻔했기 때문이다. 중고차 딜러인 윤씨는 2.5t짜리 '마이티' 트럭을 구입한 제주도 고객의 초청으로 지난 16일 세월호에 탈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씨가 배에 차를 싣고 영수증을 받은 뒤 자신의 표를 끊으러 가는 찰나 급한 업무를 서둘러 마무리해 달라는 회사 사장의 전화가 발걸음을 붙잡았다. 윤씨는 어쩔 수 없이 제주도 고객에게 양해를 구한 뒤 차만 실어 보냈고 극적으로 사고를 피했다.

고교 2학년생 김시온 양(18)은 "멀리 용인에서 뉴스를 보다가 실종자 가족을 가까이에서 돕고 싶어 내려왔다. 실의에 빠진 실종자 가족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진도 = 문지웅 기자 / 백상경 기자 / 윤진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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