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비슷한 꼴 남영호-세월호

2014. 4. 22.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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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는 국민 행복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박근혜정부에 치명적인 오점을 안겨줄 수 있는 초대형 참사다. 박 대통령은 사고 이튿날인 17일 오후 사고현장을 전격 방문하고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고 규정할 정도로 '안전'에 민감하다.

이날 현재 사망 87명, 실종 215명의 희생자를 낸 이번 참사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0년 12월 15일 발생한 최악의 남영호 침몰 사고와 여러 모로 유사해 눈길을 끈다. 당시 침몰 사고로 326명이 겨울 바다에 조난돼 동사했다. 1993년 292명의 희생자를 낸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때보다 더 많았다.

남영호는 제주도발 부산행 362t 여객선으로 과적과 탑승인원 초과상태로 운항하다 좌초됐다. 연말 밀감 특수 등으로 제주 성산포항을 떠날 때부터 좌현으로 10도 기운 상태였다.

침몰 당시 남영호는 선장으로 임명된 지 10일밖에 안 된 항해사가 키를 잡고 있었다. 승객들이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SOS 신호를 받은 근처 무선국은 근무태만으로 먹통이었다. 침몰 상황을 먼저 안 일본 순시선의 연락을 받고도 해경은 움직이지 않았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관계공무원의 기강이 해이된 데서 일어났다"며 "공무원의 부정부패도 나쁘지만 더 나쁜 것은 기강해이"라고 질책했다.

그로부터 44년이 지났지만 고질적인 문제점들은 반복되고 있다. 세월호는 구조변경, 트레일러 과적 의혹, 수학여행 특수에 따른 무리한 운항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남영호 사고 당시 지적됐던 선원들의 매뉴얼 미준수, 해경의 대처 미흡, 정부의 사후 대처 혼선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공직자들을 질책한 것도 44년 전 아버지의 그것과 똑같다.

부녀 대통령이 대형 해난사고를 '살인 행위'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당시 검찰은 남영호 선장 임무를 맡았던 강모 을종2등 항해사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죄만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주장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은 지난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선박사고도주 혐의로 구속됐다. 이 혐의가 인정되면 이 선장은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반면 박 대통령은 '살인 행위'라고 규탄했고 상당수 여론도 살인죄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 선장의 여죄를 쫓고 있는 검·경합동수사본부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꼴이 된 것이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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