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민간 잠수부 "배 접근조차 쉽지 않아"
"고속단정을 타고 세월호에 접근하는데 파도가 치더니 배가 4m쯤 붕 떴다가 곤두박질치더라고요.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 거예요."
세월호 실종자 구조에 참여한 한국잠수협회 김재원(61) 이사는 17일 전남 진도군 서거차도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나쁜 기상 때문에 구조작업이 쉽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 이사는 잠수부 김상철(48)씨와 함께 민간 자원봉사로 참여했다.
이들은 해경에 자원봉사자로 신고한 뒤 구조작업 허가를 받고 오전 9시쯤 침몰 해역에 나갔다. 기상 악화로 배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김 이사는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려서 접안이 안 돼 고생했다"며 "암반은 파도를 흡수하기 때문에 올라가는 게 쉬운데 배는 파도에 따라 출렁거려 선박 위로 올라가는 것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일부 잠수부들이 수중작업을 시도했지만 너무 빠른 조류와 짧은 가시거리에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김 이사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물속에 들어간 팀도 물살이 너무 세다며 5분 만에 포기하고 물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2010년 천안함 침몰 등 대형 구조작업에 참여해온 베테랑 잠수부다. 그런데도 이곳 상황이 역대 어느 사고 현장보다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때는 물이 일정하게 흘렀는데 여기는 물 빠지는 게 정신이 없다. 넓은 해역에서 물 도는 방향이 순간순간 바뀌니까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강수난구조대 김종욱(52) 국장도 "이곳은 바닷속에서 시야가 안 나오고 너울이 세다"며 "사고 해역 파고가 3~4m나 돼 오늘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민간 구조대는 사건 현장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너무 심하다고도 했다. 김 이사는 "이 지역 어선 선장 등 주민들이 물살을 잘 안다. 함께 일하면 도움이 될 텐데 왜 안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희준(48) 한강수난구조대 회장도 "지금 상황에선 무엇보다 크레인이 들어와 배를 원위치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서가차도=글·사진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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