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할(喝)] 물고기의 무덤 ? 산천어축제의 '눈물' ①
지역방송 물고기 폐사보도로 충격축제위는 "정화작업 전 촬영…억울"12년 피땀흘린 민·관은 "서운하다"【강원=뉴시스】조명규 박혜림 기자 = "주민과 공무원들이 한몸이 돼 축제에 쓸 산천어 모형 만드느라 손가락이 굳고 대나무에 찔려 피를 흘리면서도 마냥 행복했는데…" 한 주민은 말문을 잇지 못했다.
세계 겨울축제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된 화천 '산천어축제'가 막을 내린지 약 한 달, 이번에도 어김없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왔고 외신들은 찬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한 방송매체가 산천어 축제장을 '물고기 무덤'이라고 지적하며 논란을 불러왔다.
12년 전 시작한 산천어축제는 지난 8년간 관광객이 연이어 100만명을 돌파하며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를 잡았지만 난데없이 물고기 폐사 논란에 휩싸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한 지역 방송사는 상처 입은 산천어들이 수초에 걸려 버둥거리고 사체들이 하얗게 부패해 곳곳에 나뒹굴고 있는 장면을 내보냈다. 또 산천어들이 축제 내내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이 약화되고 낚시바늘에 걸려 생긴 상처를 통해 수생균에 감염돼 폐사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게다가 잠수장비까지 동원해 축제장 물속을 촬영한 뒤 산천어가 폐사한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논란을 부추겼다.
산천어 축제 준비위 측은 이런 보도에 반발하고 있다.
한 준비위 관계자는 "(방송사 측이) 산천어 축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이 축제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생긴 축제가 아니고 우리 군이 지리적인 특성에 아이디어를 더해 만든 인위적인 프로젝트"라고 항변한다.
또 "축제가 진행되는 23일간 투입되는 산천어는 먹이를 주지 않는데다 양식어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매우 약하다. 축제가 끝난 뒤 남은 물고기들을 살리려면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최소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산처어 폐사를 줄이기 위해 산천어테마파크에서 축제 전후 물고기수를 측량하는데 올해는 폐사량이 현격하게 줄어든 상태"라며 "다른 지역 축제들은 이런 시스템이 없는데 산천어 축제만 유별나다는 생각까지 했고 여기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방송은 매년 벌이는 수중정화작업을 하기 전에 촬영됐다는 점을 지적했다.화천군은 매년 축제가 끝나면 수중정화작업을 하는데 안전을 고려해 얼음이 완전히 녹은 뒤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방송에서 내보낸) 물속에서 죽은 채 방치된 산천어는 보통 3월 말께가 되면 일제히 수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물고기 폐사량이 지난해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현저히 줄어 준비위 측과 군청은 여유를 갖고 수중정화작업 시기를 조율하고 있던 중에 방송이 나가 날벼락을 맞게 됐다는 주장이다.
재단법인 '나라'의 장석범 본부장은 "약 50만 마리의 산천어를 대상으로 정화작업을 하고 타 지역이나 축제에선 찾아볼 수 없는 측량시스템까지 적용하며 (폐사를 줄이려고)노력을 다하는데 강원도 대표방송이라는 곳에서 지역축제를 돕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시스템에 대해 잘 이해도 못하면서 마치 산천어축제장이 산천어들의 무덤인 듯 망언(보도)을 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주민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주민은 "지난 12년간 아이들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밤낮 가리지 않고 산천어 대나무 모형을 만드느라 노력해 왔다. 그런데 인제 와서 이게 웬 날벼락인가" 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주민은 "꼬박 1년을 준비해 손님을 맞은 것인데 잘못된 게 있으면 개선하면 될 일이지 지역 경제 살려보려고 노력하는 우리한테 해도 너무한다"며 "공무원도 불쌍하고 우리도 불쌍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화천군은 말을 아끼고 있다.
화천군 관계자는 "축제장에 별도 저류지를 설치해 축제장 물과 산천어를 한 번 걸러 흘려보내는 방안 등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화천군은 지난 3월 축제장에서 폐어 250㎏, 활어 980㎏을 수거하는 등 환경 정화 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축제 종료 후 바로 자망을 설치해 산천어가 잡히지 않을 때까지(3월)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수중 산천어 회수 작업은 얼었던 얼음을 깨고 들어가 작업하기에는 매우 위험해 3월 중순 해빙기부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호수학회 김범철 회장은 지난달 6일 라디오를 통해 "양식 물고기인 산천어는 특히 민감한 어류여서 스트레스, 상처, 질병 등으로 쉽게 죽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호수의 어류 폐사는 자연 상태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현상으로 3~4월이면 일년생인 빙어가 산란 후 죽어 호수 바닥에 사체가 쌓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나라'의 장석범 본부장은 "외부에 내세울 수 있는 뭔가를 처음 가져본 화천 주민들에게 산천어 축제는 최고의 자부심이며 꼭 지켜내야 할 삶의 터전이다. (산천어) 축제를 하지 말라는 것은 화천군민들에게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방송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 언론의 역할에 충실한 사실 보도 였지만 지역 주민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국내 최고 축제로 성장한 산천어 축제는 화천군과 주민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고 지리적 특성을 잘 활용한 창조적 발상의 성과물이다. 산천어 축제가 좀 더 친환경적인 건강한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번과 같은 언론의 지적에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12년엔 CNN이 산천어 축제를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하면서 해외에서도 발길이 이어져 총 150만명이 산천어 축제를 찾아 2500억원이 넘는 경제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산천어 축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올랐다. 군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강원도 평균 2086만8000원보다 무려 82만9800원이 높은 2169만7800원에 달한다. 광역기준으로도 전국에서 5위이다. 이런 '두메산골의 기적'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 '시사 할(喝)'은 =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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