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란 이름의 질병] 일본은 어떻게 '자살률 세계 1위' 탈출했나

2014. 4. 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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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살 게이트키퍼'

일본 사회에서 1998년은 악몽이었다. 한 해 2만명을 조금 웃돌던 자살자가 갑자기 3만3000여명으로 급증해 처음 3만명을 넘어섰다. 아시아를 휩쓴 외환위기 여파였다. 도시 중년 남성의 자살이 특히 가파르게 증가했다.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 고공행진은 끝없이 계속돼 2003년 40.1명으로 세계 최고 '자살대국' 자리에 올라섰다.

일본은 98년 정부 차원의 자살 예방책 마련에 나섰다. 그리고 11년 만인 2009년 자살률 상승세가 처음 꺾여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11년 동안 일본은 어떻게 자살이란 질병과 싸웠을까.

98년 갑작스러운 자살 급증에 화들짝 놀란 일본 정부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후생노동성은 즉시 실태 파악과 기초 연구에 착수했다. 2000년 '건강일본 21' 프로젝트의 정책목표에 '자살자 감소'가 처음 채택됐다. 이듬해 자살 예방 사업 예산이 배정됐고 2004년에는 우울증 대책도 수립됐다.

그런데 이상했다. 자살률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원인을 찾아보니 세 가지 문제가 지적됐다. 도쿄의 국립정신의료연구센터 다케시마 다다시 박사는 "정부 부처마다 대책이 분산돼 따로 놀았고 그 대책도 정신과 치료 같은 표피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며 "자살을 '사회'가 아닌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사회적 문제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현상으로 잘못 파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은 자살을 예방하고 유가족을 지원해 안정적 사회를 구축하는 걸 정부·기업·국민 모두의 책무로 규정했다. 일본이 자살 문제의 본질에 눈을 뜨는 전환점이 된 법이다. 이를 토대로 2007년 범정부적인 '제1차 자살예방대책'이 나왔다. 다케시마 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마련된 1차 자살예방대책의 핵심은 '자살을 막기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시민이 '자살 게이트키퍼'가 되도록, 즉 주변에서 자살 위험자나 징후를 발견했을 때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온 요코하마시가 대표적 사례다. 자살은 동떨어진 현상이 아니다. 빈곤층을 구제하고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것도 자살 예방의 일환이다. 결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다양한 영역을 고루 고려해야 예방 대책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비로소 고무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9년 자살자 3만2845명을 기록하며 시작된 감소세는 2012년 2만7858명까지 떨어졌다. 14년 만에 자살자가 3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이를 2016년까지 2만4000명 선으로 줄이기 위해 현재 제2차 자살예방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2차 대책이 표방하는 정책목표는 '누구도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일본'이다.

도쿄=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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