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3만원, 무허가 쪽방촌을 가다..잊혀진 이웃들의 봄

정동훈 기자 2014. 3. 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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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이제는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어른 한명 제대로 눕기 힘든 일명 '쪽방'이 남아있습니다.

무허가 시설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정동훈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의 일명 13통 마을.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슬레이트 단층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한 평 남짓한 쪽방에서 서른 번째 겨울을 보낸 양선자 할머니.

오늘도 때 묻은 냄비 음식으로 한끼를 때웠습니다.

◀ 양선자/95살 ▶

(식사하시는 거예요?)

"대구포 하나 사다 놓았다가 먹는 거예요."

벽에서는 녹물이 흘러내리고, 연탄 가스로 종일 머리는 무겁지만 월 2만원으로 등을 붙이고 겨울을 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이곳 말고는 없습니다.

녹내장에 당뇨가 겹쳐 시력을 잃은 변영자 할머니도 25년째 이곳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살 만큼 살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해도 눈이 어두워지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불입니다.

◀ 변영자/시각장애 1급 ▶

"안보이니까 (연탄을 꺼내다) 부딪혀서 여기 탁 불이 떨어진 거에요. 금방 불이 붙는데.."

한 사회복지재단이 버섯 공장에 칸막이를 쳐 만든 쪽방은 50여개.

한때 쪽방 전체를 채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가족 없는 노인들만 남아 누가 들고 나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 쪽방 거주자 ▶

"싼 맛으로 오는거죠. 한달에 6만원씩 내고 사니까, 와서 살기가 편하잖아요."

이런 사실을 관청도 알지만 그린벨트에 공장을 개조한 불법 시설이라 예산을 들여 고쳐줄 수도, 그렇다고, 철거할 수도 없습니다.

◀ 박종석/하남시청 팀장 ▶

"손 대는 것 자체가 또 불법을 덧붙이는 거죠. (철거하면) 이분들 바로 죽으라는 얘기랑 똑같은 것이죠."

건물 하나 없어 행정구역 이름만 붙여진 13통 마을.

재개발이니 신도시니 무성한 소문 속에 멀리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13통 쪽방촌도 또 다른 봄을 맞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정동훈 기자 jd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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