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장관 책에 '밑줄 쫙' 하셔야죠

김은지 기자 2014. 3. 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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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증거 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국어사전까지 뒤적여봤다고 했다. 그는 3월18일 기자들과 만나 날조와 위조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적어도 형체가 있는 것에서 만들어내는 게 위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날조다." 증거 조작 사건의 피의자인 국가정보원 조정관 김 아무개씨와 민간인 협력자 김 아무개씨에게 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수사팀이 내놓은 답변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검찰 문건은 없는 문서를 가짜로 만들어온 게 아니라, 있는 문서에 손을 댔기 때문에 국보법상 날조죄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설명이었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국보법상 무고·날조죄가 아닌, 형법상 모해(謀害:꾀를 써서 남을 해침) 증거인멸,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국보법 형량은 최소 7년 이상의 징역형인 반면, 형법 형량은 최대가 징역 10년 이하다. 제 식구까지 연루된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시사IN 조남진 3월19일 국회 법사위에서 서기호 의원이 황교안 장관이 쓴 < 국가보안법 > 을 거론하며 '증거 조작 사건' 관련자를 국보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판의 근거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011년 펴낸 책 < 국가보안법 > 이었다. 공안통인 황 장관의 국가보안법 해제는 증거 조작 수사팀의 해명과 다르다. 황 장관은 책에서 "날조란 증거를 허위로 조작해내는 것을 말한다. 형법상의 위조·변조는 물론 위조·변조한 증거의 사용도 포함된다"라고 명시해놓았다. 윤갑근 부장검사의 말과 배치되는 해석이다.

또한 황 장관은 "허위 사실의 신고가 되기 위해서는 전체가 허구일 필요는 없다"라고도 밝혔다. 일부 변화가 전체 사건의 성격을 바꾸면, 전체가 허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유우성씨 사건 출입경 기록의 경우를 보자. 위조가 된 부분은 '출-입-입-입'이 '출-입-출-입'으로 딱 한 글자지만 이 부분은 사건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중요하다. 황 장관의 해제에 따르면, 일부가 전체를 허위로 만들 수 있는 경우라 국보법상의 무고·날조죄 적용이 가능하다. 국보법이 형법보다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황 장관의 견해도 이번 사건을 국보법 무고·날조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견해에 힘을 실어준다.

게다가 황 장관은 국보법 무고·날조죄는 미필적 고의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논리대로면 이번 사건을 국보법에 적용할 경우, 수사팀 검사까지도 '몰랐다'며 빠져나가기 힘들다. 검찰은 지난 2월 기자 브리핑에서 지난해 11월 위조된 출입경 기록(출-입-출-입)을 재판부에 내기 전에 변호인이 낸 기록과 똑같은 기록(출-입-입-입)을 세 차례에 걸쳐 본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보법에 따로 날조죄를 넣은 이유

민주주의 법학연구회도 3월24일 이번 사건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검찰 수사팀에 제출했다. 날조의 뜻을 검찰 수사팀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날조가 단순히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위조의 의미 또한 대법원 판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례를 보면, 위조는 기존 문서의 중요 부분을 변경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문서를 만드는 개념 모두를 포함한다. 위조·날조를 검찰 수사팀 식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의견서를 쓴 서강대 이호중 교수는 "형법에 처벌 조항이 있는데도, 국보법에 따로 이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 이유는 가중처벌을 하라는 뜻이다. 단어의 뜻만 봐도 날조라는 큰 개념 안에 위조가 들어간 게 아닌가. 검찰은 국정원 검찰의 자존심과 명예에 상처를 안 입히기 위해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우성씨 변호인 또한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피해자 자격으로 의견서를 냈다. 증거 조작에 가담한 자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황교안 장관의 책 < 국가보안법 > 을 수사팀에 제출했다. 김용민 변호사는 "현재 법무부를 총괄하고 있는 데다 선배 공안 검사였던 황교안 장관의 저서는 일종의 수사지침이다. 검찰 수사팀이 한번 꼼꼼히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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