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비판 낙서 파장..국가원수 명예훼손죄 검토
광주지방경찰청 국가보안법 위반 비난 여론 쏟아지자 명예훼손 적용 검토… 또다른 논란 제기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광주지방경찰청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낙서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용의자를 특정하는 수사에 착수했지만 비난 여론을 받고 국가보안법 적용을 사실상 철회했다. 대신 경찰은 모욕 및 명예훼손죄를 검토하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은 지난 1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설현장을 포함해 광주 시내 16곳 등에서 박근혜 정권을 비난하는 내용의 낙서가 발견돼 수사에 착수했다.
낙서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칭하거나 18대 대통령 선거를 부정선거라고 규정한 내용 등이다.
경찰은 해당 낙서가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 것은 물론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광주 동부경찰서와 광주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수사해왔다.
특히 보안수사대는 주도적으로 CCTV상 낙서를 한 인물이 기초생활수급증을 소지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급자 정보를 구청에 요청해 인권침해 논란까지 제기됐다. 더구나 낙서 사건에 보안수사대까지 나서 국가보안법 처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광주동부경찰서도 형사과가 아닌 지능팀이 수사를 맡으면서 정권을 비판한 내용의 낙서 사건을 통해 공안몰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광주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해서 동부경찰서가 전담하기로 하고 저희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낙서)문구는 국가보안법 위반과 상관은 없지만 수사라는 게 저희들 입장에서는 용의자가 특정되면 단서가 되고 혹시라도 보안법 위반 가능성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에 동부경찰서와 협조해 수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정권 비판 낙서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에 나섰다는 비난여론과 함께 인권 침해 문제까지 확산되자 보안수사대는 수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수사를 맡은 광주동부경찰서는 모욕 및 명예훼손죄로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광주동부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재물손괴죄 적용은 가능하고 모욕죄 및 명예훼손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모욕 및 명예훼손죄는 반의사 불벌죄로 고소가 없어도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한 죄로 용의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애기다.
경찰의 판단은 정권을 비판하는 낙서가 대통령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고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가보안법 위반 적용에 대해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자 경찰이 모욕 및 명예훼손죄로 수사 방향을 틀어 공안몰이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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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가톨릭 센터 공사현장 주변 외벽 등 16곳에 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낙서를 덧칠해 감춘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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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명예훼손죄는 반의사 불벌죄로 피해 당사자의 의사가 없어도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지만 모욕죄의 경우 친고죄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가 가능하다. 다만, 모욕죄는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고 내용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공연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성립하는데 처벌 기준이 모호해 수사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법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육군 중사 이씨에 대해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는 상관에 대통령도 포함이 된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결국 이번 낙서 사건은 공권력이 논란의 소지가 많은 모욕 및 영예훼손죄를 적용해 정권에 충성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광주 민심도 싸늘하다. 정달성 시민주권행동 공동대표는 "개인적으로 지난 연말 1인 시위를 할 때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 내용을 담아 피켓을 들었는데 시민들 반응이 좋았다"며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요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나오면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도 쓰라고 하는 것이 광주 시민의 민심"이라고 전했다.
정 공동대표는 "낙서 사건은 광주의 민의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이고 낙서판에 낙서 형식으로 한 것을 처벌하는 것은 과잉 수사"라고 비판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 모욕 및 명예훼손죄 적용 논란과 별개로 재물손괴죄 혐의 적용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16곳 낙서가 적힌 곳은 공사 현장이거나 낙서판이어서 정권 비판 내용을 낙서판에 쓴 것일 뿐 재산상 손해가 크게 발생된 부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광주동부경찰서는 보안수사대로부터 CCTV상 용의자 화면을 확보하고 해당 인물이 기초수급생활증을 가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기초수급생활자로 용의자 범위를 제한해 수사하고 있지만, 해당 인물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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