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간첩 1호' 원정화 사건도 뒤집히나

2014. 3. 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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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회유·압박 받아 아버지를 간첩이라 허위 진술" 첫 고백

'한겨레' 단독 인터뷰…'제2의 초대형 조작 사건' 될 수도

2008년 8월 '탈북 여간첩 1호'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원정화(40)씨가 "나의 아버지는 간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원씨는 지난 1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검사의 회유와 압박을 견디지 못해 아버지도 북한 보위부 남파 간첩이라고 거짓으로 자백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원씨는 2008년 검찰 조사에서 "나의 아버지는 북한 보위부 요원이다. 아버지는 중국을 오가는 대북무역으로 보위부 활동 자금을 마련했으며, 나 역시 보위부 요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 검찰은 원씨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원씨와 함께 의붓아버지 김동순(69)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간첩죄)로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간첩 활동을 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2012년 7월 무죄 원심을 확정했다.

원씨는 자신의 아버지를 북한 보위부 남파 간첩으로 지목한 데 대해 지난 18일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검사가 아버지까지 감옥에 가야 내가 형을 적게 받는다고 말해 어쩔 수 없었다. 조사실에서 매번 술을 먹었고 취한 상태에서 진술조서에 지장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원씨의 발언은 강압적인 회유와 압박 등으로 받아낸 진술에 의존한 간첩사건 수사가 나중에 얼마나 쉽게 뒤집힐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최근 증거조작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도 피고인 유우성씨 동생의 허위자백에 의존해 수사가 시작돼 기소 및 재판에 이르렀다.

유씨 사건에 이어 원씨 사건에서도 조작이 드러난다면, 2008년 이후 발표되었던 다른 간첩사건들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유우성씨나 원정화씨에 대한 공소장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허점이 쉽게 드러나듯, 다른 간첩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법조계 일각의 관측이다.

한편, 2008년 원정화씨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윤아무개 전 검사는 "원정화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언론의 관심을 끌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2008년 8월 검찰은 '원정화씨가 위장 탈북자로 남한에 잠입해 군 장교 등에게 접근해 남한 군정보와 탈북자 정보 등을 북에 넘기는 간첩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해 큰 파장이 일었다. 원씨는 간첩임을 인정해 교도소에 수감된 뒤 지난해 7월 출소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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