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기초연금, 공약파기가 아니라 애초부터 사기"

2014. 3. 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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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처음부터 국민연금 통합해 차등 지급 계획"… 전병헌 "기초연금 악법 절대 통과 안돼"

[미디어오늘 김병철 기자]"모든 노인(65세 이상)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

국민들이 이해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의 핵심내용이다. 언론과 야당, 시민단체들도 모두 이렇게 이해했다. 실제 이 공약은 지난 대선에서 노인들의 표를 얻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기초연금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공약파기, 공약수정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그런데 애초 국민들이 잘못 이해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처음부터 공약은 국민연금과 연계한 후 소득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기초연금법안의 불편한 진실'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애초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기초연금 공약을 만들었음에도 모두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할 것처럼 유권자들에게 허위로 공약을 알렸다"고 주장했다.

오건호 "공약 후퇴가 아니라, 당선되려고 사기친 것"

야당의 지적처럼 "재정이 부족해 공약을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 당선되려고 국민을 상대로 사기행위를 벌인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대선 전후로 나왔던 정부, 여당 관계자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 2012년 대선 토론회 ⓒ한겨레TV 캡처

박근혜 당선자 : "국민연금 균등급여에서 20만원 안되는 부문만큼 기초연금을 채워준다"(2013년 1월 28일 인수위 토론회)

황우여 대표 : "공약 내용이 '무조건 모든 분들에게 20만원씩 드린다' 이런 얘기가 아니었어요"(2013년 9월 24일 CBS라디오 인터뷰)

안종범 새누리당 정책위 부위원장 : "공약집에 정확하게 (국민연금과 통합한다는) 문구가 나오고, 대통령이 후보 시절 TV토론을 할 때도 '통합해서 연계한다'고 밝혔다"(2014년 1월 21일 경향신문과 통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 "애초 기초연금 공약이 '국민연금과의 연계'였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대통령의 철학은 원래 국민연금과 완전 연계"(2014년 1월 21일 경향신문과 통화)

오 위원장은 "놀랍게도 처음부터 기초연금 공약이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것이라는 증거와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이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실제 내용과 다르게 기초연금 공약을 국민에게 허위로 알리고 당선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자료집 중 기초연금(국민행복연금) 내용.

박 대통령의 공약자료집을 살펴보면 차등지급이라는 표현이 없다. 대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통합 운영'이라는 문구가 있다. 오 운영위원장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통합'이라는 단어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체계적으로 잘 관리하겠다는 의미이거나,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하나의 기관(국민연금공단)이 관리하겠다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통합 운영'이 '기초연금 차등화'를 뜻했다면 새누리당은 반드시 '차등지급' 내용을 공약집에 명시하고 투표장에 나서는 국민에게 분명히 알려야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국민들이 허위사실을 믿고 투표장에 나설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공약이 처음부터 '국민연금 연계 차등지급'이라는 증거는 공약 재정 자료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각계 인사들로 구성한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재정추계에 따르면 2014~2017년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최소 약 25조1천억원이 필요하다. 오 위원장은 "그런데 박 대통령 공약집을 보면 총 공약소요재정 131조4천억원 중 기초연금 공약이행 금액은 14조7천억원으로 필요금액의 5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미래 국민연금 A값 증가율과 물가상승률

"기초연금 물가연동, 8년 후부터 현행보다 수급액 줄어"

또한 오 위원장은 정부 법안이 기초연금을 소득연동이 아닌 물가연동으로 전환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기초연금 논쟁은 주로 '국민연금과 연계 여부'와 '소득에 따른 차등지급'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오 위원장은 물가연동이야 말로 정부의 숨은 꼼수가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은 월 수급액을 '국민연금 가입자 직전 3년 평균 월소득(A값)'의 5%으로 명시하고(제5조), 부칙에서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10%로 인상한다고 명하고 있다. 즉 기초노령연금액은 평균소득의 증가와 연동해 증가한다. 반면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물가와 연동해 변동하도록 구조가 근본적으로 수정됐다. 문제는 통상 물가상승률은 가입자 소득증가율의 절반에 그친다는 점이다.

오 위원장은 또 "앞으로 8년 후부터는 기초연금을 받는 모든 노인들이 현행 제도보다 덜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5% 급여율에서 꾸준히 오르는 반면 정부의 물가연동안은 10%에서 계속 낮아져 2022년에는 서로 교차한다. 금액으로 보면 2022년 정부의 기초연금은 월 27만원으로 현행 월 28만원보다 작아진다.

▲ 기초연금 미래 비교; 물가연동과 소득연동 방식 ⓒ오건호

"20만원 일괄지급,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 아니야"

정부가 야당을 압박하는 주요한 논리는 결국 '재정 부족'이다.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면 우리 사회가 재정적으로 감당하지 못한다는 거다. 특히 정부안대로 하면 2015년에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1인당 연 28만원을 부담하면 되지만, '20만원씩 일괄지급'하면 부담액은 41만원으로 늘어난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사실상 정부의 반칙"이라며 "필요재정을 인구로 나누는 계산법이 과연 적절한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나라도 세금을 N분의 1로 거두지는 않는다"며 "이는 매번 예산안 제출할 때 정부와 보수언론들이 쓰는 국민 협박방식"이라고 말했다.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상대적으로 부자들이 더 내는 것을 배제한 채 '과대포장한' 계산식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 기초연금 재정부담을 GDP(국내총생산) 대비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40년 기초연금 재정소요액(월 20만원 일괄지급)은 GDP의 3.1%이며 국민연금 지출을 합쳐도 총 7.2% 수준이다. 이는 2010년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연금지출 9.3%, EU(유럽연합) 27개 국가 평균 10.8%에도 못 미치지 규모다. 오 위원장은 "물론 지금의 세입 규모에선 부담이 되는 지출이지만, 이후 세입을 다른 나라만큼 확대해 나간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엔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새누리당과 정부의 공세에 적극 대응했다. 김용익, 남윤인순, 김성주, 이언주 의원은 직접 토론자로 나섰다. 축사를 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 기초연금법은 성실한 국민연금가입자를 역차별하며, 쥐꼬리만한 연금으로 어르신들을 차등하고, 미래로 갈수록 연금혜택을 줄이는 악법"이라며 "절대 통과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소득하위 70%, 20만원 지급'까지 양보했다"며 "더 이상의 양보는 절대 없다"고 덧붙였다.

▲ 민주당과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기초연금 토론회에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이 대거 토론자로 참가했다. 사진=김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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