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라이브] "80% 거부" 죽어서도 방치되는 독거노인

2014. 3. 11. 12: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송 : JTBC 정관용 라이브 (11:40-12:55)■진행 : 정관용 교수■출연진 : 홍상지 기자(연결: 서울의료원 정덕용 과장)

◇정관용-가족 없이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 우리 사회 단면을 드러내는 쓸쓸한 죽음인데요. 독거노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가족을 찾지 못하거나 가족이 있더라도 외면을 당해서 또다시 외롭게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고 그럽니다. 최근 한 독거노인의 경우 열흘이 넘게 장례를 치르지 못하다가 결국 가족에게도 거부당해 가족 없는 장례를 치렀다고 하는데요. 오늘 추적 라이브에서 그 쓸쓸한 마지막 모습을 담았습니다.

◆홍상지- 89살 강 모 할아버지는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의 요양병원에서 패혈증으로 숨졌습니다. 강 할아버지는 생전 가족의 보살핌 없이 요양 시설을 전전하면서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숨진 뒤에는 서울의료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이 병원에선 생계가 어렵고, 가족과의 왕래가 없는 독거노인들의 장례를 대신 치러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온 뒤에도 강 할아버지는 차가운 안치실 한 켠에서 10일 넘게 머물러야 했습니다.

독거 노인들의 장례 절차를 진행하려면 시신 수습을 포기한다는 가족의 각서를 받거나 서류상 무연고자라고 확인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강 할아버지는 부인과 자식 3명이 있었지만 그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겁니다.

[송일섭/서울 은평의마을 사회복지사 : (독거노인이) 사망했을 때 저희가 연고자 자료를 바로 알 수가 없어요. 구청에 요청을 해서 주소 받아서 내용 증명서를 발송하거든요. (강 할아버지 유족들에게) 발송했는데 다 반송이 된 상태고…]

지난 6일 병원 측은 겨우 가족과 연락할 수 있었지만 할아버지의 시신을 "포기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로부터 사흘 뒤 강 할아버지는 한 줌의 재로 돌아갔습니다. 이 병원에선 올해만 독거노인 21명의 장례를 가족없이 치렀습니다.

[정덕용/서울의료원 관계자 : (시신을) 안치한 후 가족을 못찾았을 때는 안치실에 계속 오래 있다가 못 찾았다고 연락이 오면 장례를 대행해 치르고 있습니다. (가족과 연락이 돼도) 80%는 시신을 거부하는 현상이 많이 있습니다.]

죽어서도 가족에게 외면 당하는 독거노인들의 마지막 길은 끝까지 외로웠습니다.

◇정관용-이번 사건 취재한 홍상지 기자 자리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먼저 열흘 동안이나 연락이 안 된 이유는 뭐였죠?

◆홍상지-무엇보다 가족들이 외면을 해 왔던 것 때문인데요. 그동안 가족 간의 불화 때문에 연락이 계속 안 닿았던 것도 있지만 또 무엇보다 이런 장례절차를 치르기 위해서 좀 생활고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할아버지와 가족들 간에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할아버지가 그동안 계셨던 병원이라든지 또 독거노인 시설을 다 찾아가 봤습니다. 그래서 이제 한 독거노인 시설에서 이야기를 좀 자세하게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할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원래는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면서 부인과 그리고 아들 하나 그리고 딸 둘 이렇게 단란하게 살던 가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가족 간에 불화가 생겼는데요. 가족 간의 불화가 생기면서 할아버지는 좀 더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2000년경에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서울에 상경한 이후 고물을 팔면서 생활을 전전하다가 계속 상황이 어려워져서 결국에 이런 생활고를 참지 못하고 2000년도에 한 독거노인 시설에 본인이 직접 찾아가셔서 그동안 가족과 불화 때문에 연락이 없었던 거고요. 그렇게 죽기 직전까지 15년간 홀로 생활을 해 오셨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가족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거고요.

◇정관용-병원 측에서는 내용증명서 보내는 거 외에는 가족하고 우선 확인을 해야 될 거 아니에요. 가족이 맞는지 그다음에 시신을 인수할 건지 그러면 내용증명서 보내는 방법 외에는 다른 건 없습니까?

◆홍상지-왜냐하면 이 할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15년간 거의 왕래가 없었습니다. 저희가 할아버지가 계시던 병원과 시설측에 그동안 할아버지가 살아 생전에 시설 같은 경우에는 면회자가 있었는지 병원 같은 경우에는 병문안을 다녀온 사람들이 있었는지 물어봤는데 누구도 찾아온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그 정도로 가족과 완전히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이 가족의 행적을 찾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동사무소의 서류들. 어떤 가족관계가 있고 그 가족관계 주소가 어디인지 이 정도만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주소를 통해서 내용증명서를 보내는 것밖에 딱히 방법이 없는 거죠.

◇정관용-경찰이 수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건건이 말이죠. 어쨌든 뒤 늦게 연락이 됐어요. 그런데 가족이 거부했죠. 역시 돈 때문인가요?

◆홍상지-아무래도 생활고 문제가 컸던 것 같습니다. 또 사실 15년 전에 끊겼던 아버지에게서 갑자기 사망했다는 연락이 왔고 생활고의 문제도 있다 보니까 선뜻 장례에 나서기 어려웠던 것 같은데요. 저희가 사회복지사, 그 당시 시설 연락을 받았던 사회복지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한번 화면 통해서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정관용-연락을 우리한테 해 준 사람은 아들과 딸도 아닌 손자가 저에게 연락을 취해서 그분이 사체를 포기하겠다. 그리고 그분이 가지고 있던 유류금품을 포기하겠다는 포기각서를 쓰신 상태입니다. 결국 사체를 포기하겠다, 즉 사체를 인수하면 장례비용은 자기들이 부담해야 되는 거죠?

◆홍상지-네, 그렇죠.

◇정관용-그것 때문에 포기하는 거로군요?

◆홍상지-그렇습니다.

◇정관용-잠깐 강 할아버지의 장례를 대행한 서울의료원의 정덕용 과장 전화로 연결해 보겠습니다. 정 과장님.

◆정덕용-네, 안녕하십니까?

◇정관용-어떤 절차를 통해서 독거노인들의 장례를 대신 치러주시는 겁니까?

◆정덕용-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연락이 오면 출동해서 고인을 모시고 옵니다. 모시고 오면 서류만 준비해야 되면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일단 받아야 되기 때문에 서류를 받으면 화장예약을 하고 그다음에 입관을 하고 발인을 하고 나가는 겁니다.

◇정관용-그러니까 그 사이에 그러면 가족들이 있는지 또 가족들이 시신 인수를 할 건지 그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 있는 거죠?

◆정도경-네, 그건 있습니다.

◇정관용-그런데 연락이 안 돼서 1년 넘게 시신을 안치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요?

◆정덕용-그러는 건 드문데 혹시라도 가족이 약속을 했다가 인수하기 어렵다고 해서 지연되는 그런 부분은 있습니다.

◇정관용-그런데 사체를 포기하겠다는 분들이 많습니까? 어느 정도나 됩니까?

◆정덕용-사체를 포기하는 건 한 80%는 포기하시는 경우도 있고 그리고 장례비용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면 유족이 오면 상담을 하면 상담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내용을 알면 다시 인수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관용-그러니까 일단 한 80%가량은 포기의사를 밝히는데 그 이유는 딱 한 가지, 장례 비용 때문입니까?

◆정덕용-그런 것도 있고 가족 간 사유가 있더라고요, 대부분이.

◇정관용-서로 인연이 끊어졌다, 이런 식의?

◆정덕용-네.

◇정관용-80%나 된다니 참 놀라운데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포기하거나 가족을 찾지 못하거나 그런 경우는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이 모든 장례를 대행해 준다, 이 말씀이죠?

◆정덕용-서울의료원에서 우리가 공공병원이다 보니까 저렴하게 장례비하고 마진도 없이 사실은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관용-가족들이 포기하면 마진이 아니라 공공의료원에 비용으로 장례를 치르는 거네요.

◆정덕용-네, 장례비 75만 원 범위 내에서 장례를 해 드리고 있습니다.

◇정관용-알겠습니다. 정 과장님 고맙습니다.

◆정덕용-수고하세요.

◇정관용-이런 고독사, 얼마나 되나요?

◆홍상지-실제로 과장님이 계시던 강남분원에서만 독거인 장례 실제로 대행해서 치러준 경우가 21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대부분 연락이 닿지 않거나 아까 말씀해주신 것처럼 80% 이상이 거부를 해서 이렇게 좀 된 경우죠.

◇정관용-서울의료원 말고 다른 공공의료기관들도 다 이런 장례대행 서비스를 합니까?

◆홍상지-사실 그 부분이 조금 안타까운 부분인데요.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독거노인 분들의 장례를 지원한다거나 대행서비스를 하는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모든 지자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요. 그리고 또 몇몇 시민단체나 이런 데서 독거노인 분들의 장례 서비스를 지원하는 그런 단체들이 있는데 사실 무척 미미하죠. 그 단체도 얼마 안 되고 매우 미미하다 보니까 사실 이런 독거노인 분들이 사실 살아서도 이런 사각지대에 갇히는 경우가 많은데 또 이렇게 죽어서도 또 쓸쓸히 방치되는 경우가 있죠. 또 한 가지 더 덧붙이면 이런 서비스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기초생활수급자이신 독거노인 분들이 많이 해당되기 때문에 상황이 열악하면서도 가족과 아들, 딸 이렇게 연결되어 있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안 되시는 분들은 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시는 거죠.

◇정관용-장례 지원도 받지를 못해요? 알겠습니다. 참 시신까지 포기하는 비율이 무려 80%라니까 참 놀라운 숫자인데 사회적 관심 더 기울여야겠네요. 홍상지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