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인종차별금지법 개정 놓고 '시끌'

2014. 3. 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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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연합뉴스) 정열 특파원 = 호주 자유당 보수정부가 추진 중인 인종차별금지법 개정을 놓고 호주 사회가 시끄럽다.

지난해 총선 전부터 이 법에 대한 개정 의사를 밝혔던 호주 집권 자유당이 정권교체와 함께 집권하자마자 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서자 야당과 소수민족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가 개정을 추진 중인 법 조항은 인종차별금지법 제18조 C항으로, 인종주의적 이유로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거나 모욕하는 것을 불법이라 규정하고 있으며 인종주의적 욕설을 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80년대 호주 내에서 인종간 갈등이 촉발됐을 때 중국인, 유대인, 베트남 커뮤니티 등의 노력으로 신설됐다.

하지만 자유당 정부는 이 조항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저촉된다며 해당 조항을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조지 브랜디스 법무장관은 "인종차별금지법 개정 추진이 정부가 인종차별적 행동을 용인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표현의 자유를 불법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나의 믿음"이라고 말했다.

자유당 정부가 18조 C항을 문제삼고 나선 것은 지난 2011년 호주의 유명 언론인 앤드루 볼트가 자신의 블로그에 애보리진(호주 원주민)을 비하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가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부터다.

볼트는 자신의 글이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 속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토니 애벗 총리를 비롯한 자유당 정치인들에 이에 공감하면서 법 개정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자유당 정부의 인종차별금지법 개정안은 볼트의 사례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의미에서 일명 '볼트법'으로도 불리고 있다.

하지만 자유당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호주 내 소수민족 단체는 물론 야당과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치학자 겸 칼럼니스트인 팀 사우트폼마사니 호주 정부 산하 인종차별위원장은 최근 호주국립대(ANU) 초청 강연에서 "많은 커뮤니티가 기존 인종차별금지법 조항에 대한 어떠한 수정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의 법 개정 추진을 강력 비판했다.

호주 내 유대인 커뮤니티 지도자인 페터 베르트하임도 "정부가 인종차별금지법을 완화하면 인종차별 범죄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뜻대로 법 개정을 하지 못하도록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조부모가 나치의 박해를 피해 호주로 이민온 유대계이자 전 법무장관인 마크 드레퓌스 노동당 의원은 "인종차별금지법상 규정된 조항은 증오발언의 극단적 사례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중국계와 유대계, 베트남계 등 다른 소수민족 그룹과 함께 법 개정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송석준 시드니 한인회장도 11일 "만약 18조 C항이 폐지되거나 완화된다면 호주는 백호주의 시절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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