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시국미사 "박근혜 정부, 언론장악으로 비판보도 없다"

2014. 3. 1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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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구 박근헤 대통령 퇴진 요구 시국미사...전국적으로 계속 확산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경남 거제, 부산, 광주, 강원도 원주에 이어 인천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미사가 열렸다.

국정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 중국 공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은 물론 국가기관의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책임 문제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 사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연대와 천주교 정의구현 인천교구 사제단은 10일 부평1동 성당에서 시국미사를 열고 "지난 대선 기간 중 벌어진 국가기관들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불법적 선거개입은 이 긍지의 역사에 크나큰 씻을 수 없는 수치를 남겼다"며 "더욱 개탄스러운 일은 이를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안일하고 비상식적인 태도다. 선거 과정 중 벌어진 범죄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은 절차적 민주주의 핵심적 가치를 지키는 일인 동시에 투표를 통해 권력을 위임한 유권자들의 상식적이고 당연한 권리"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집권당이 지금까지 몰두한 일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각계의 호소를 해묵은 이념 잣대로 왜곡하고 낙인찍는 것"이었다며 "이 광기의 범람에 누구보다 충실히 부역한 것이 언론이라는 사실 역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가장 기초적 요건인 형식적 규범 준수조차 충족시킬 수 없는 정권에게 참된 민주주의 실현 따위를 기대하는 것만큼 과한 일은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부정 선거라는 정권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권력자일 수 있으나 결코 국민의 대통령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번 시국미사 강론에 나선 황상근 베드로 신부는 "부정 선거는 국가범죄 중 가장 큰 것이다. 일반 단체에서도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부정선거를 하면 물러나거나 재선거를 해야 한다"며 운을 뗐다.

황 신부는 인터넷 댓글을 과소평가하는 목소리에 대해 이탈리아 정당 오성운동 당의 예를 들어 반박했다. 황 신부는 "이 당은 정당 사무실도 없고 조직도 없고 그야말로 인터넷만 가지고 하는 운동인데 국회의원 선거에서 상원과 하원 모두 약 25%의 득표율을 얻어 제3당으로 떠오르게 됐다. 인터넷 댓글이 선거에서 대단한 영향을 준 것"이라며 "지난 우리나라 선거 등 댓글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쪽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황 신부는 "전에는 그래도 잘못하면 인정하거나 조용히 있어서 화가 덜 났는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적반하장으로 덤터기를 씌우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국민을 속이고 진실을 감추어 궁지를 모면할까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며 "어떤 면에서는 선거에서 부정을 저지른 사람들 이상으로 더 질이 나쁘고 용서 못할 사람들이다. 교활하고 인간성이 무너진 사람들 같다. 이런 태도를 보면 다음에도 부정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어떤 의지를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번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도 도마에 올랐다. 황 신부는 "국정원은 민주국가의 근본인 선거의 공정성을 무너뜨렸는데 이번에는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를 잃게 했다"며 "국가기관이 내놓은 증거도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정부의 공권력이 공공선과 공동의 안녕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오히려 공동선을 헤치고 악을 저지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연대와 천주교 정의구현 인천교구 사제단이 10일 부평1동 성당에서 시국미사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이재진 기자

황 신부는 잇따른 국정원발 사건이 터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견고한 이유와 관련해 언론 보도의 영향을 지적했다. 황 신부는 "유권자의 약 20~30%는 아직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군부 독재 시절 언론을 장악했기 때문"이라며 "언론을 통제해서 대통령의 좋은 것은 확대해서 보도하고, 비판과 비난을 못하게 하면 많은 국민들은 정보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현 시대에서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기 때문에 지지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가 언론을 장악했거나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보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황 신부는 "개발도상국의 많은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처럼 장기 집권을 했다. 그들을 평가할 때 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잣대로 좋고 나쁜 대통령을 평가했다. 이런 면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독재자였고 인권을 탄압한 좋지 않은 대통령이었다"며 "그 딸인 박근혜 대통령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인권 정책을 외면했다. 경제민주화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복지 공약으로 국민들에게 표를 얻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황 신부는 "부정선거에 대한 인정도, 수사도 어떤 개선노력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해왔다"며 "얼마 전부터 사퇴를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국민들에 의해 퇴진시키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국민들은 이승만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해서 퇴진시킨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국미사에는 기독생명연대 윤익중 목사가 지지발언에 나섰다. 윤 목사는 "1980년 엘살바도르라는 중남미 국가에서 로메로 대주교는 독재를 멈추시오, 탄압을 멈추시오, 군부는 말씀을 들으시오, 쏘려고 한다면 쏘라고 했다. 그리고 최근 로메로의 죽음에 정부의 개입이 있었음을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며 "박근혜씨도 부정선거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공식사과하고 겸허히 사퇴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평 성당 측은 군복을 입은 자에 대해 출입을 제한하는 방침을 고지했다. 사진=이재진 기자

시국미사에는 홍영표 민주당 의원과 부평시 의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시국미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신도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홍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만나 "앞으로 국정원 댓글 사건과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더욱 철저히 싸우고 책임을 물어야겠다고 느꼈다. 민주당이 무기력하게 제대로 실천을 못한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평성당에는 평일 250명이 미사에 참석하는데 이날 시국미사에는 700여명이 참석했다. 성당측은 성당 문밖에서 보수단체 회원과 만일의 충돌에 대비해 관계자를 배치했지만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성당 측은 군복을 입은 자는 성당 출입을 할 수 없다고 고지했다. 지난 시국미사에서는 군복을 입고 총을 찬 보수단체 회원이 소란을 피워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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