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있던 나를 .. '지선 언니 사랑해요'

구혜진 2014. 3. 3.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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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화상 딛고 이대 입학 최려나씨세상이 두려웠던 열두 살 소녀이지선씨와 만남 후 용기 생겨

지난달 28일 열린 이화여대 입학식. 2000여 명의 학생이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신입생 대표 선서를 한 학생이 눈길을 끌었다.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한 중국 동포 최려나(22)씨였다. 최씨는 이날 입학식에서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이대 97학번으로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을 써 세간의 화제가 된 이지선(36)씨였다. 이들은 국적은 다르지만 전신화상을 입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씨는 2000년 자동차 사고로 전신에 3도 화상을, 최씨는 2003년 집에서 일어난 가스폭발로 역시 온몸에 3도 화상 피해를 당했다. 이들의 만남은 학교 측이 이씨를 입학식 깜짝 게스트로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지린(吉林)성 출신의 최씨는 사고를 당하기 전만 해도 초등학교 방송부에서 활동하며 장래 아나운서를 꿈꿨던 귀여운 외모의 소녀였다. 하지만 11년 전 온몸에 화상을 입은 뒤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했다. 신체적 아픔도 견디기 어려웠지만 일그러진 모습을 하고 세상에 나가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런 그를 밖으로 나갈 수 있게 용기를 준 이가 바로 이씨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0년 전 최씨의 후원자 이윤낙(57) 천진광장 발행인을 통해서였다. 이씨는 인터넷에서 이지선씨의 홈페이지를 발견하고 최씨를 만나 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사람들의 좋은 말보다 이씨의 한마디가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두 사람이 사고를 당한 날짜는 7월 30일로 같다. 이씨는 "우리 둘 사이에 뭔가 강한 끈으로 이어져 있는 느낌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33차례의 힘든 수술을 하는 동안 최씨에게 이씨의 한마디 한마디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항상 "넌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다"며 "숨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고 조언했다. 화상수술은 '짠'하고 바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 번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3개월은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는 과정이다. 이씨는 그때마다 최씨에게 "지금은 기다려야 한다" "이제 더 좋아질 거다"고 말했다. 최씨는 오히려 솔직한 이씨의 말을 믿고 힘을 낼 수 있었다. 최씨는 새벽까지 책을 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지난해 4월 대입 검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톈진 한국국제학교 교사 등 많은 사람이 도움을 줬다.

 대입 원서를 쓸 때는 자칭 '원서의 달인'이라는 이씨가 코치를 했다. 이씨 역시 자신보다 어린 나이인데도 꿋꿋하게 버텨내는 최씨를 보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씨는 이날 입학식 행사 중 하나인 토크쇼 'Welcome to Ewha'의 깜짝 게스트로 나와 신입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행사 후 "언니가 나의 롤모델"이라며 이씨와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학생들을 보며 최씨의 얼굴에선 미소가 번졌다.

 "사고 전에 활동했던 학교 방송국이나 봉사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어요. 받기만 했는데 이제는 주는 기쁨도 알고 싶고요." '제2의 이지선'을 꿈꾸는 최씨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글=구혜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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