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에 교학사 교과서 판매, "이런 건 반대시위 안 하나"

2014. 3. 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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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희훈,안홍기 기자]

▲ 쌓아놓고 판매하는 교학사 역사교과서

1일 오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바른역사독립을위한시민대회'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판매하고 있다.

ⓒ 이희훈

▲ 교학사 역사교과서 판매하는 보수단체

1일 오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바른역사독립을위한시민대회'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판매하고 있다.

ⓒ 이희훈

"일제시대를 미화하고 전통문화를 비하하는 교과서를 팔기 위해, 그것도 3·1절에 이러는 걸 참을 수 없다."

3·1절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 앞에 차려진 서적 가판대 앞에서 소란이 일었다. 독재와 일제강점기를 미화했다는 이유로 전국적인 채택 반대운동이 일어났던,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파는 가판대였다. 뒷편에선 교학사 교과서 살리기 운동본부와 자유통일운동본부가 주최한 '바른역사 독립을 위한 시민대회'가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었다.

교학사 교과서를 팔고 있는 주최 측과 설전을 벌인 이는 '역사 공부를 하고 있는 21세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양희성씨였다. 양씨는 흥분을 삭이지 못하고 "인터넷에서 이런 행사를 한다는 걸 보고 참을 수 없어서 왔다"고 했다.

양씨는 "교육부가 교과서 PDF를 공개했을 때 교학사 교과서뿐 아니라 다른 교과서 내용도 다 검토했다"며 "지금 출판돼 있는 교학사 교과서는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일본 제국주의가 전통문화를 비하하며 강제한 변화에 대해 마치 합리적으로 바뀐 것처럼 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잘못된 역사 교과서 팔면 어떻하냐?"

1일 오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바른역사독립을위한시민대회'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교학사가 만든 역사책을 팔던 도중 한 시민이 교과서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자 언쟁이 벌어지고 있다.

ⓒ 이희훈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아빠는 아이를 안고 광화문 네거리에 나온 한 부부는 잠시 교과서 가판대 쪽으로 가서 유심히 살펴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왜 그냥 나왔느냐'고 물었더니, 아이 엄마는 "나눠주는 게 교학사 교과서인 걸 알고…"라고 답했다. 뭔가를 나눠주나 해서 봤더니 교학사 교과서여서 관심을 껐다는 것이다.

40대 부부는 팔짱을 낀 채 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기자에게 "하필이면 3·1절에 나와서, 잘 모르는 사람들 돈을 끌어모으는 것 같다"며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왜 반대시위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보수진영 내에서도 이날 교과서 판매 행사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김기백 인터넷 민족신문 주필은 행사가 끝난 뒤 연단 밑에 서서 주최 측을 향해 "나도 누구못지 않게 전교조가 싫고 종북을 싫어한다"며 "그런데 오늘이 3·1절인데 일본과 아베를 규탄해야 하는데 한 마디도 없고, 종북문제 같은 자기들 주장만 하고 있다, 3·1절은 꼽사리일 뿐"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1시간여 만에 280여 권 판매 추정... 조전혁 "'일제강점기' 표현은 북한 표절"

▲ "한 권에 만원입니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바른역사독립을위한시민대회'에서 한 시민이 보수단체 회원들이 판매하는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구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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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교과서에 사인하는 변희재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바른역사독립을위한시민대회'에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구매한 참가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 이희훈

행사 주최 측은 권당 1만 원을 받고 문제의 교과서를 받고 팔았다. 책을 판 돈으로 더 많은 교과서를 사서 다시 이 교과서를 보급하는 데에 쓰겠다는 취지다. 조전혁 명지대 교수(전 새누리당 의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이 구입한 책에 사인을 해줬다.

많은 시민들이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지만, 이날 교학사 교과서는 꽤 많이 팔렸다. 기자가 쌓여있는 책의 권 수를 세보니 집회를 시작하기 전인 오전 11시 20분경 700여 권이었던 책은 오후 12시 30분 420여 권으로 줄었다. 1시간에 280여 권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전혁 교수는 연단에 올라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다른 역사 교과서에 대해 "북한 역사책을 표절한 의혹이 드는 역사책"이라며 "교학사 교과서에는 온갖 지어낸 험담과 테러가 가해졌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일제강점기라는 용어는 북한 역사책에서 표절한 용어"라며 "북한 역사책이 '일제강점기 뒤 8·15 광복을 맞이하는가 했더니 미제강점기에 들어갔다'고 쓰고 있다. 일제강점기라는 용어의 배후엔 '미제강점기'라는 프레임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학사 교과서도 일제강점기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조 교수와 집회 참석자들은 "읽어는 봤나, 읽고 떠들어라"는 구호를 외쳤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바른역사독립을위한시민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역사교과서 손에 쥔 학생

1일 오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바른역사독립을위한시민대회'에서 판매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한 참가자가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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