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사회 도약 프로젝트] ② 넘쳐나는 '괴담'

2014. 2.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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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명태·광우병.. 이슈마다 부풀려 '공포 도가니' 몰아

#1. '어제 알래스카에서 생선 싣고 부산에 입항한 냉동 운반선 선박검사를 했는데 그 배 선장께서 러시아산 명태, 생태, 동태, 명란 등은 절대로 사먹지 말라고 함. 선장이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를 지나올 때 러시아 어선 수십척이 입어료를 내고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었으며 어획물을 러시아로 운반해서 우리나라,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고 함.'

#2. '원격진료가 도입되면 동네의원이 모두 망하고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집니다. 결국 의료민영화가 되면 맹장수술 한 번 하는데 1500만원이 듭니다. 돈 없는 사람은 민간의료보험을 들 수도 없어 큰 병 나면 다 죽게 됩니다.'

최근 트위터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는 '러시아 명태 괴담'과 '의료 민영화 괴담' 내용이다.

2008년 '광우병 괴담'이 전국을 강타하더니 지난해 말부터는 철도·의료 민영화 괴담이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여기에 일본 방사능 괴담, 조류인플루엔자 괴담, 인신매매 괴담, 유괴 괴담 등 각종 괴담이 판을 치고 있다. '괴담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같은 괴담은 SNS를 통해 무분별 확산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근거 없는 괴담 등이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슈마다 괴담… '괴담 공화국'

지난해부터 철도와 의료 민영화를 둘러싼 각종 글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번지고 있다. "KTX가 민영화되면 서울∼부산 요금이 40만원이 된다", "의료 민영화가 되면 가벼운 진료를 받을 때도 수십만원의 비용이 나온다" 등 근거없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관련 괴담도 확산하고 있다. "닭이나 오리를 먹기만 해도 전염된다"거나 "달갈을 먹어도 AI에 걸린다"는 내용이다. 'AI가 발생하면 군대 식단에 닭만 나온다'는 황당무계한 루머도 있었다. 괴담이 확산하자 정부가 나서 근거없는 소문에 대한 주의를 부탁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할 정도였다. 국방부는 "군 급식은 고병원성 AI와 무관하다"는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괴담은 사회·정치적 이슈와 궤적을 같이 한다. 2008년 '광우병 괴담'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후유증을 가져왔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 "소로 만든 제품을 써도 광우병에 걸린다"는 등 황당한 거짓말이 끊임없이 유통됐다. 서울시청 앞은 날마다 '촛불'로 넘쳐났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미군의 공격이었다'거나 심지어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그때마다 정부는 해명에 진땀을 뺐지만, SNS를 통한 괴담의 전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괴담이나 루머의 생산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오는 불안에 근거한다. 괴담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것은 이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성기 아주대 교수는 지난달 21일 여의도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괴담은 언론과 정당, 시민단체, 전문가 집단이 공모한 '괴담 비즈니스'"라며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된다"고 주장했다.

포털사이트 카페 등을 통해 확산하는 의료민영화 괴담 글 캡쳐

◆'∼카더라'식 괴담 SNS 타고 급속도로 확산

괴담의 내용도 문제지만 그것이 퍼져나가는 방법과 속도는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를 타고 괴담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다. 이렇게 전파된 '∼카더라'식의 괴담은 사실 여부를 검증받을 시간도 없이 확대재생산된다.

정치·사회적 이슈 관련 괴담은 포털사이트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해 만들어지고 SNS를 통해 확산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아예 없었던 일도 그럴듯하게 꾸며져 번지는 경우도 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한 여성이 전경들의 폭행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특정 지역에서 유괴가 발생했다거나 장기매매가 이뤄진다는 괴담이 퍼져나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SNS 괴담의 발원지로 '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네트워크'(정상추) 사이트를 지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달 초 "최근 소위 외신을 인용한 것처럼 위장한 정체불명의 글들이 SNS상에서 허무맹랑한 괴담을 만들면서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러한 글을 퍼나르며 악의적 여론 선동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NS를 통한 괴담 유포는 단순한 사회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AI 인체감염 괴담이 확산한 이후에는 백신 관련주가 급등하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각종 괴담이 난무하는 상황에 대해 전북대 설동훈 교수(사회학)는 "괴담은 결국 국민과 정부가 소통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라며 "정부가 주요 이슈에 대해 국민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자주 가져야 괴담이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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