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위반 구속 '부림사건' 33년 만에 5명 모두 무죄 판결

부산 | 권기정 기자 2014. 2. 1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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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호석씨, 재심 판결 소감 "보안법 정권 악용 우려"

5·18 민주화운동 이후 신군부가 조작한 대표적 공안사건인 '부림사건'의 재심 청구인 5명에게 33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2부(한영표 부장판사)는 13일 부림사건의 유죄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고호석(58), 설동일(58), 노재열(56), 최준영(62), 이진걸(55)씨 등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경찰 수사과정에서 상당기간 불법 구금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자백을 했으나 불법 구금과 자백 강요로 인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찰 송치 이후에도 계속됐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할(허위 자백할) 사유가 있다고 보아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다"고 밝혔다.

'부림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 변호인 > 의 한 장면. | 경향신문 자료사진

재판부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므로, 피고인들의 학생운동이나 현실비판적인 학습행위만으로는 이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며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에 대해 무죄라고 판결했다. 부림사건으로 구속된 사람 중 국가보안법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또 계엄법 위반, 범인 도피·은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서도 무죄 또는 면소 판결했다.

고호석씨는 무죄 판결이 나자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정권을 위해 악용될 우려가 있는 법"이라며 "이번 판결이 국가보안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무죄 선고가 33년 전 저희를 위해 변호한 노무현 변호사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0여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대표적 공안사건이다. 당시 20명의 교사와 학생 등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으며 1982년 6월 고씨 등 5명은 징역 1년6월~6년을 선고받았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변론을 맡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이후 부림사건 관련자 중 7명은 1999년 재심을 청구, 계엄법과 집시법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다.

고씨 등 5명은 2012년 8월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부산지법은 지난해 2월 "피고인들은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조사받으면서 구금된 사실이 증명돼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상 재심 사유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도 없이 재심 청구는 이유 있다"며 재심을 결정했다.

< 부산 |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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