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떨어지는 '행복출석부'
교사가 출석을 부르면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행복출석부가
서울 시내 초중고에 도입된 지 1년이 다 돼 갑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도 계속 시행할 방침인데
학교 현장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수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학교에서 출석을 부를 때
자신의 감정을 함께 말하도록 하는 '행복 출석부'.
교사가 이름을 부르면
42개의 감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번호로 답하는 겁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교수 시절
인성 교육을 위해 직접 고안한 것으로
지난해 3월부터 서울 지역 초중고등학교에
일제히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행복출석부 시행 결과를 보면
고등학교는 15%에 불과했고
중학교도 39%에 그치는 등
일선 학교의 호응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75%로 나타난 초등학교의 경우에도
허수가 적지 않다는 게
현장의 반응입니다.
인터뷰: 교사
"(행복출석부) 했는지 안 했는지 파악을 하더라고요,
교감 선생님께서. 근데 이제 보고를 올릴 때 다 했다고,
왜냐면 결과물을 올리는 건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서울 시내 초등학교 스무 곳에 물었더니
행복출석부를 실시했다고 답한 곳은
단 세 곳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학기 초에 한두 달 한 게 전부였습니다.
이처럼 행복출석부가 외면을 받는 건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업시간을 쪼개
출석을 부를 시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표현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초등학교 교사
"신뢰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너는 기분이 어떠니',
'나는 답답한 것 같아'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아침에 시작하고 이런 상황에서 '1번' 그러면 '10번이요',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어떻게 감정의 교류가 될 것이며……."
게다가 정신의학적 연구 등
충분한 검토가 없이 추진돼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인터뷰: 박범이 회장 /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일상생활이 중요하지,
교사들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전혀 인식되어 있지 않은 이런 전시행정은 그만둬야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인성교육의 특성상 장기적으로 실시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며
행복출석부를 계속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BS 뉴스 이수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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